장사의 몸을 타고 났으나 마음만은 마돈나인 고교 1학년 뚱보 오동구(류덕환). 성전환 수술을 해 완전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소원인 그는 씨름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한 세상에 뒤집기 한판을 시도한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제목이 암시하듯 내용 면에서 여러모로 이율배반적이다. 여자를 꿈꾸는 소년의 일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퀴어영화인 동시에 스포츠영화다. 아픔을 딛고 자기 길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 영화이고,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낸다는 면에서 가족 영화의 성격도 띄고 있다. 영화는 이렇듯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모험을 감행하면서도 신파적 정서와 코미디의 감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공동연출을 맡은 이해영 이해준 감독은 “굉장히 비대중적인 소재를 아주 대중적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처럼 영화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나 불우한 현실을 악다구니를 쓰며 대변하지 않는다. 눈물보다는 웃음에, 고통보다는 환희에 방점을 찍는다.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이야기로 큰 무리 없이 풀어낸 점은 국내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미덕이다. 동구의 아픔과 고독을 억지스럽게 감싸지 않으면서도 따스한 시선을 유지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황당한 설정이 머금은 웃음과 이루기 힘든 꿈에 대한 눈물은 쉬 접점을 찾지 못한다. 극적 연결고리는 유쾌함과 찡함이 맥락 없이 교차하면서 찰기를 잃는다. ‘으랏차차 스모부’를 연상시키는 씨름부원들의 지리멸렬함과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자관계 등도 진부하다. 동구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만화적 상상력도 눈에 거슬린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소년 인민군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류덕환은 몸무게를 27㎏이나 늘리며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씨름부 감독 역할을 맡은 백윤식은 얼굴 표정만으로도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산만하게 보일 수 있는 씨름부원들의 요절복통 캐릭터를 깔끔한 마름질로 정리한 것도 높이 살만하다. 31일 개봉, 15세.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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