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출연. 말 그대로 친구간의 도타운 정 때문에 영화출연을 했다는 뜻이다. 감독과의 친분이든 동료배우와의 의리 때문이든, 아니면 제작자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든 우정 출연이라는 말에는 돈과는 별개로 ‘연기를 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정 출연은 개런티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외에도 배우가 짧고 굵직하게 ‘연기 봉사’를 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아니면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 스타 배우가 바쁜 일정을 제쳐두고 스크린에 얼굴 한번 슬쩍 비쳐주는 것은 대단한 팬 서비스다. 영화제작사 입장에서는 스타의 짧은 등장만으로도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등에 업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상영중인 ‘각설탕’과 9월7일 개봉하는 ‘뚝방전설’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잠시 고개가 갸웃해진다. 우정 출연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에는 유오성 유지태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우정 출연보다는 조연이라는 명칭이 더 잘 어울린다.
유오성은 1994년 데뷔작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으로 만난 이정학 프로듀서와의 오랜 인연 때문에 ‘각설탕’에 출연했다. 유지태는 11년간 막역하게 지내온 학교 선배 조범구 감독과의 우정이 작용했다. 홍보 관계자들은 두 사람 모두 “촬영을 하다 보니 주어진 역할이 더 커지고 출연 분량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우정 출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은 스타 배우들의 아름다운 의리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배역이 커진 만큼 조연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연량도 많은데 사사로운 관계를 굳이 크레딧을 통해 관객들에게 과시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잘 나가던 주연배우가 조연으로 전락했다는 세간의 인식을 막기 위해 우정 출연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조연급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다음 작품의 ‘임금협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후 사정이 그렇다 해도 주인공 뺨칠 정도로 활약하는 연기자를 우정 출연이라 얼버무리는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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