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옥탑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옥탑방

입력
2006.08.31 00:05
0 0

고양이를 기르기에는 아무래도 지금 집이 편치 않다. 12년 동안 듬뿍 정든 방이지만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 독립적이고 안전하고 넓고 깨끗하고 전망 좋고 저렴한, 그런 집 어디 없을까? 우선 '필이 꽂히는' 집이나 찾아보자고 산책 삼아 집을 나섰다.

내 방에서도 보이는 미8군 숲 건너편에 제법 괜찮은 곳이 숨어 있었다. 예쁘장한 다세대주택이 둘러싸고 있는 포근한 골목이었다. 나무도 많았다. 기분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았다.

마음에 들어 둘러보는데 어느 집 대문에서 운동복 차림의 60대 아저씨 한 분이 나왔다. 동네 터줏대감 같았다. "이 골목에 셋집 나온 거 없나요?" 내 물음에 그는 심드렁히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했다. 그 골목을 등진 뒤로도 여러 골목을 누볐다.

자꾸 집집의 옥상에 눈이 갔는데, 거기 올려진 건축물들이 작아서 놀라웠다. 내 방만한 데도 없는 것 같았다. TV드라마를 보면 근사한 옥탑방도 많더구먼.

꼭 옥탑방이어야 할 건 없겠지. 선택의 폭을 넓히려 했지만, 붙어 있다시피 모여 있는 집들의 여타 층을 보니 숨이 막혔다. 내 복이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유형의 셋집이 체질에 맞으니.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