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일대에서 1개월 새 잇따라 절도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16일 밤 경복궁 동문 건너편 A슈퍼마켓에서 담배 등 물품 수백만원 어치가 통째로 털렸다. 슈퍼마켓 주인은 “아침에 와보니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인은 그러나 열흘이 넘도록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경찰에 말해봤자 잡아주지도 않을 텐데 뭐 하러 소란만 피우겠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달 초에는 인근 B한정식 집에 도둑이 들었다. 주인이 오전에 가게 문을 여는 순간 금고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에 있던 현금 40만원이 없어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지난달 말에는 대낮에 같은 한정식 집 인근 화랑에 도둑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피해 물품은 없었지만 고가 미술품이 많았기 때문에 하마터면 대형 절도 사건으로 이어질 뻔했다. 최근에도 인근 담배가게가 털리면서 이 일대에 절도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신경이 잔뜩 곤두선 상태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청와대 경비 초소에서 불과 3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서울경찰청 소속 경비 대원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곳이기에 불안감은 더욱 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일반 경찰과 달리 청와대 등 중요시설 경비를 담당하는 인력이기 때문에 절도를 비롯한 민생 치안은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할 지구대는 신고된 사건에 대해 현장 조사까지 마치고도 상부에 발생 사실조차 보고하지 않았다. 종로서 관계자는 “지구대에 사건이 접수됐지만 피해자가 사건 확대를 원치 않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걸로 안다”며 “이 경우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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