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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는 외화, 속은 한국영화' 새로운 합작영화가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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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는 외화, 속은 한국영화' 새로운 합작영화가 는다

입력
2006.08.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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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9일 일본 전국 70개 극장에서 개봉하는 ‘로프트’는 겉만 보면 확실한 ‘메이드 인 재팬’영화다. 국내에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스릴러의 대가 구로사와 기요시가 메가폰을 잡았고, 유명배우 나카타니 미키와 도요카와 에츠시가 주인공을 맡고 있다. 촬영을 비롯한 주요 스태프도 모두 일본인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로프트’는 일본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다. 국내 제작사인 미로비젼이 기획부터 제작비 조달까지 도맡아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늬는 외화지만 속은 한국 영화인, 새로운 유형의 합작영화 제작이 늘고 있다. 자본 투자나 배우 출연 등 물리적 결합에 의지한 단순 합작의 시대가 저물고 화학적 반응을 통한 국적 불명의 영화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기획은 한국에서 하되, 제작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곧바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제작사들의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현지화 전략에 적극적인 곳은 미로비젼, LJ필름 등 중급 제작사들이다. 미로비젼은 ‘로프트’ 외에도 미국인 스태프와 배우들을 동원해 제작한 공포영화 ‘샘스 레이크’를 내년 초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LJ필름은 미국 포커스픽처스와 손잡고 ‘줄리아’(가제)를 제작 중이며 2개의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IHQ도 재미동포 감독 그레이스 리와 함께 ‘아메리칸 좀비’의 미국 촬영을 5월 초에 마쳤다.

충무로의 큰손으로 통하는 CJ엔터테인먼트도 현지화 작업에 나섰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맞춰 ‘웨스트 32번가’를 뉴욕에서 촬영 중이다. 재미동포 마이클 강이 연출을 하고 존 조 등 한국계 배우가 대거 출연하지만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테디 지가 제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서현동 해외기획팀장은 “아시아계 미국 관객의 감성을 파악해 미국 시장 진출의 밑거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작사들의 현지화 전략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는데 몇몇 배우들에 의존한 한류로는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58.3%나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의 74.1%를 차지한 일본 지역 수출이 50.1%나 급감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이는 최대 수출 시장인 일본에서도 배우 얼굴만으로 영화를 사주던 시대가 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채희승 미로비젼 대표는 “한류에 의존한 수출이나 평범한 한중일 합작을 통한 해외 진출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적극적인 현지화 마케팅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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