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레이크 하우스’는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 한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다. 원작은 2000년 개봉한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時越愛).
원작에서 시간을 넘나드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 받은 것처럼 이를 그대로 차용한 이 영화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오히려 두 작품의 디테일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은 한국 관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쏠쏠한 매력이다.
시카고의 한 병원에 취직한 의사 케이트(산드라 불록)는 세들어 살던 호숫가 집을 떠나며 새 집주인에게 우편물을 챙겨달라는 메모를 우편함에 남긴다. 오래 방치됐던 이 집에 이사 온 건축가 알렉스(키아누 리브스)는 메모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2년 뒤인 2006년 미래에서 날아온 편지라니!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하지만 우편함을 매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게 된다.
‘시월애’의 주인공 상현은 은주에게 읊조린다.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 것도 잃어 본 적이 없는 사람보다 아름답습니다.” 주인공의 사랑과 석모도 개펄 위의 집 ‘일 마레’가 석양에 물들어가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여운과 여백의 미를 선사한다.
‘레이크 하우스’ 역시 한적한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지만, 시카고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두 주인공이 마지막에 시간을 넘어 서로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모습은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붓 터치의 서양화를 닮았다. 깊은 여운을 남기지는 않지만, 가을을 맞아 운명적인 사랑에 젖고 싶은 이들에겐 원작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듯 싶다.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 31일 개봉. 12세.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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