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김민석(41) 회장이 전격 체포되면서 검찰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는 성인오락기 심사와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 의혹의 한 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김씨가 양대 의혹을 동시에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김씨는 ‘황금성’의 제작업체 현대코리아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의통과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코리아측은 자사 게임기의 영등위 심사가 장기 보류되자 김씨에게 청탁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대구에서 차명으로 운영하는 오락실의 오락기 150대가 청탁대가로 건네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영등위가 심의를 자주 지연하면서 업계불만이 높아지자 김씨가 전 회장인 E씨와 함께 로비의 전면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다. 이 경우 수사는 영등위 심사과정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김씨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2003년 한컴산 회장이 된 뒤 상품권 인증제 도입과 관련해 정ㆍ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다. 사실 지금까지 그에게 따라다닌 의혹에는 게임기 심의통과 로비는 별로 없었다. 때문에 체포 당시 증거인멸을 시도한 이유가 영등위보다는 상품권 로비 증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29일 밤 11시께 서울 송파구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36층 김씨 집에 들이닥쳤을 때 그는 서류를 찢고 컴퓨터 파일을 지우는 등 분주하게 증거를 인멸했다. 아파트 창 너머로 휴대폰, USB, 찢은 통장ㆍ서류 등을 버리는 바람에 수사관들은 내려가 일일이 수거했다. 검찰은 압수물ㆍ통화내역 분석, 계좌추적 등을 통해 상품권 로비정황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정관계 로비과정에서 김씨 자신은 한계가 있어 제3자를 동원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품용 상품권 관련 로비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안다미로 김용환 대표와의 공모 여부도 관심이다.
한편 김용환 대표는 가ㆍ차명 계좌 100여개를 이용하는 등 수상한 금융거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김 대표를 내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그가 상품권 발행 고시 변경 청탁과 함께 1억~2억원 가량을 문화부 공무원에게 줬다는 첩보로 내사를 벌였지만 계좌가 너무 복잡해 혐의 입증을 못하고 지난해 가을께 종결했다”고 말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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