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 삶의 질 세계 10위, 1인 당 국민소득 4만9,000달러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중장기 발전 전략인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 한국’ 보고서를 30일 발표했다.
저출산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몰고 올 국민적 노후불안과 저성장의 재앙, 또 이 같은 저성장이 초래할 ‘승자독식’의 악순환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25%인 복지재정 비중을 2030년 선진국 수준인 40%까지 끌어올려, 복지 투자를 성장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개혁과 차세대성장동력산업 투자확대, 임금피크제 확산, 사교육비 부담 완화, 보육서비스 지원 등이 총 망라돼 있다.
일단 ‘비전 2030’의 큰 방향과 문제의식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출산과 양극화 해결을 위한 국민적 비전공유와 고통분담에 대한 합의가 늦춰질수록, 현세대는 물론 후세대가 치러야 할 비용은 갈수록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풍이 있어도 공론화는 돼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그러나 고통분담의 규모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비전2030’ 실현을 위해서는 2010년까지 4조원, 2011~2030년 1,096조원 등 총 1,100조원이 소요된다. 이 금액은 매년 달라질 명목비용을 단순 합산한 것으로, 현재물가로 환산하면 40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투입됐던 공적자금(168조원)의 2배가 넘는다.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국민 1인 당 38만원, 4인 가족이면 152만원의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국민적 합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0년까지는 증세 없이 세출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하지만, 2011년부터는 ▦증세 ▦국채발행 ▦증세와 국채발행의 혼합 등 세가지 대안중에 한가지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증세를 하면 혜택을 보는 세대가 부담도 지지만, 국채를 발행하면 자식 세대에 부담이 전가된다.
비전2030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복지투자에 재원을 집중할 경우, 경제위기의 돌발상황에 대응할 재정여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고, 수 백조원에 달할 통일비용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정부는 경제분야 재정의 비중은 민간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금의 절반인 10%로 줄이겠다는 입장이어서, ‘복지투자확대?성장력 제고’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성장동력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비전2030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치권이 세금을 올리는데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대통령 임기가 1년 반도 채 안 남은 시점에 나온 제안이라 곱지 않은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가 환란 직전 제시했던 ‘21세기 국가과제’(1997년9월)나 김대중 정부가 2002년 2월 밝힌 ‘2011비전’역시 ‘비전’으로 끝났을 뿐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