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의 무공과 대덕(大德)을 상징했던 중국 허난(河南)성 총산(崇山) 남쪽 기슭 샤오린스(少林寺ㆍ소림사) 방장이 유능한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은 중국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15년간 방장으로 있으면서 소림문화를 기업화하는데 성공한 스융신(釋永信ㆍ41ㆍ사진) 방장은 높은 평가와 차가운 시선을 동시에 받는 논쟁적인 인사이다. 일간 신징바오(新京報)는 30일 이런 스융신 방장의 경영기법 등을 소개했다.
스 방장의 일과는 일반 CEO와 다를 바 없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예불을 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손님과 사업 상대들을 만난다. 23일에는 프랑스와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맞았다. 소림사가 있는 덩펑(登封)시 관광국 직원들과의 미팅은 수시로 이뤄진다.
스융신의 사업수완은 널리 알려졌다. 2004년 소림사 홈페이지에 소림 무공의 비책과 의약 비방을 공개하고, 올해에는 선전의 방송국과 합작해 소림 무술 대회를 여는 등 그의 발상은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의 탁월한 수완은 소림사가 있는 빈촌 덩펑시의 관광 수익을 증대시켜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981년 스 방장이 소림사에 들어왔을 당시 소림사에는 10여명의 스님과 황량하고 누추한 절 건물만이 있었다. 얼마 후 영화 '소림사'가 방영되면서 절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스 방장은 22세이던 1987년 주지에 취임하면서 소림사의 명성을 돈으로 연결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1988년 프랑스 파리시의 초청을 받아 스님을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소림 마케팅을 개시했다. 이 무렵 소림사 입구에 들어서기 시작한 무술학원은 현재 수백개를 넘는다. 스 방장은 소림사 입구에 박물관을, 호주에 소림 국제교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현재 소림사는 소림사 상표권을 관리하는 회사, 스님들의 선식을 채식주의자들에게 제공하는 식품회사 등 여러 방계회사를 거느리는 대기업이다. 스 방장은 웬만한 국유기업의 사장에 못지않은 현금 동원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소림의 출가 세계를 속세로 끌어내려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스 방장 사업방식에 상당히 냉소적이다. 최근 덩평시가 그의 공로를 인정해 100만위안(1억2,000만원)이 넘는 호화 SUV차량을 선물하자 네티즌들이 들끓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에서 최근 국학 열기가 고조되는 등 고유의 정신 세계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도 그에 대한 비판을 부채질하고 있다. 스 방장이 오늘의 소림 부흥을 이끌었지만 미래에도 방장을 지킬지 의문인 것은 이런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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