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뒤늦은 응급처치 교육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뒤늦은 응급처치 교육

입력
2006.08.31 00:01
0 0

"경찰이 응급처치도 못한다니…"

얼마 전 국민의 생명을 지키던 꽃다운 젊음이 스러졌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수진지구대 이기홍(29) 순경은 지난달 22일 길에서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난 동모(42)씨를 쫓다 흉기에 허벅지가 찔려 과다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 순경은 한달간의 투병 끝에 21일 오후 끝내 숨졌다. 그는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피의자의 양손을 놓지 않아 동료의 피의자 검거를 도왔다.

그의 의로운 순직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고 경찰청은 공을 인정해 경장으로 1계급 특진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선 "응급처치만 제대로 했더라면…"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가슴이나 머리 등 급소가 아닌 허벅지를 칼에 찔렸고 사인(死因) 역시 과다출혈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아버지 이종원(55)씨는 "현장에 차들이 빽빽이 주차 돼 119구급대 차가 접근을 못해 아들을 300m 정도 업고 나오는데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하더라. 어차피 죽은 자식 이야기 해서 뭐하냐"며 애써 말을 아꼈다.

이 순경이 숨진 일주일 뒤인 28일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응급처치교육' 강화 지시를 내렸다. 응급처치 매뉴얼도 곧 만든다. 이 순경의 사례를 들면서 "현장에서 지혈 등 응급처치를 했으면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란 해석도 붙였다.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조치다.

그러나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은 이미 1년에 한번 외근경찰관 응급구조 교육을 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교육이 실제 현장에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게 본연의 임무인 경찰이 지금까지 응급처치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부디 교육 강화 지시가 뒷북치기에 그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찬유 사회부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