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백수의 아픔을 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청년 실업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그들이 사회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1996년 직장을 그만두고 이듬해 IMF 위기 직후 '전국백수연대'를 만든 주덕한(37) 대표는 10년 가까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만 매달려 왔다. "모임을 만들 때만 해도 '백수'는 한심스럽다거나 비웃는 대상이었다"는 그는 "하지만 청년 수 백만 명이 백수인 지금은 누구도 무시 못할 존재로 컸다"고 말했다. 모임은 중요해졌지만 그래도 그는 안타깝다. 아픈 동료 청년 실업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처음 주 대표는 백수연대를 일자리 없는 20, 30대들이 모여 처지를 공감하고 서로 응원하는 공간으로 여겼다. 하지만 2004년 1개월 넘게 일본과 유럽을 다니면서 민간단체가 공공기관보다 적극적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풀려고 나서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 때부터 주 대표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백수연대가 스스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선두에 서겠다는 것이었다.
주 대표는 정관과 총회 의사록을 만들어 서울시에 냈고 17일 서울시로부터 정식 비영리민간단체(NGO)로 인정 받았다.
그는 "신청서에 적힌 '백수'라는 글자를 본 공무원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고 나 역시 '이 이름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다"며 "하지만 백수는 결코 할일 없이 노는 사람이 아니라는 모임의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백수연대는 앞으로 해마다 1,000만~3,000만원 가량 예산 지원을 받으며 서울시와 함께 실업문제 해결에 나선다. 지원금을 어디다 쓸 것이냐고 묻자 주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계획을 구체적으로 쏟아냈다.
주 대표는 "일 자리를 구하려다 실패한 뒤 느끼는 좌절감을 잊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라며 "1대1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회 관계 적응력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능력과 적성은 생각해보지 않고 토익(TOEIC)) 시험 준비만 하고 있는 이들을 주기 위해 취업한 선배들과 만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글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사진 배우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