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ㆍ관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1년여의 작업 끝에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이라는 꿈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정파와 이념의 차이를 딛고 반드시 만들어야 할 우리의 미래상이다.
팍팍하고 궁핍한 현실의 삶을 호도하기 위해, 혹은 정략적 차원에서 '종교적 복음' 같은 환상을 퍼뜨린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으나 보고서에서 제시된 목표와 전략, 실천과제 등은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할 내용이다.
문제는 '비전'보고서의 필요성과 의미가 충분히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헌신과 비용부담을 이끌어낼 사회적 공감대가 거의 형성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출산ㆍ고령화-저성장-양극화의 악순환 등 이미 현실화한 숙제를 마냥 방치하면 다음 세대는 사회경제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그러나 기득권의 양보와 증세 등 추가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대부분 거부감을 드러낸다. 말은 거창하고 유혹적이지만 실적 없이 세상만 시끄럽게 하는 정권에 적응하는 생존방식을 몸에 익힌 탓이다.
보고서의 내용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상의 낙원'이 도래하는 2030년 모습은 있으나 어떤 과정을 거쳐 목적지로 가는지, 정권의 부침에 따른 정책의 일관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은 극히 불분명하다.
그저 1,100조원의 돈이 추가로 필요하니, 현 세대에서 세금을 더 내든지, 우선 빚으로 메우고 부담을 다음 세대로 넘길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겠다는 '정부 만능주의' 오만과 함정이 넘치다 보니 기업 등 민간부문의 활력 제고를 통한 경제사회적 선순환 개념은 좀처럼 찾기 힘든다.
이러고서는 아무리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잘 짰다고 해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고 설득력이 없으면 탁상공론의 휴지조각이 되기 십상이다. 이념과 코드의 바다에 빠진 정권에 국민의 90% 가까이가 등을 돌린 현실은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
집권 전반기의 그 무수한 시간을 소모적 거대담론으로 허송세월한 정부가 레임덕 시기에 불쑥 던진 '희망 보고서'는 음미할 대목이 적지 않으나 정권의 '절망 성적표'와 겹쳐지면 뚱딴지 같은 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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