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ㆍ1절이나 광복절 등 국경일을 선택해 폭주족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고, 그들을 에스코트 한다는 소위 '폭주행위 양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무허가 판잣집이나 노점상도 아니고, 불법 폭주행위를 양성화하겠다니 발상 자체가 한심스럽다.
아무리 단속하기 어렵다고 "멍석을 깔아줄 테니 여기서만 놀아라"라는 식의 유치한 유인책을 내놓다니 제 정신인가. 폭주를 즐기는 쪽도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시민들도 "효과가 있겠느냐"며 혀를 차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실태파악, 원인분석, 시행효과라는 시책의 ABC마저 무시한 탁상공론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도심 폭주족들의 행패로 시민들이 겪는 불안과 불편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한때 '폭주족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경찰이 손을 들고 멍석을 깔겠다니 폭주족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뻔하다. '경찰과의 전쟁'을 불사하는 일탈을 쾌감으로 여기는 그들이 마라톤이나 퍼레이드 형태의 '경찰행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폭주족, 폭주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원조격인 일본은 물론 오토바이 레저가 확산돼 있는 미국에서도 그에 대한 단속은 매우 엄하며, 그들과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어디서도 '폭주족의 날'이나 '폭주의 거리'가 공인된 예도 없다. 몇일 전 폭주족을 단속하던 경찰이 크게 다쳤던 일이 계기가 됐다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양성화 방안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니 지켜봐야겠다.
이번 조치는 '오죽하면 그랬을까'하는 동정의 차원을 넘어 시민의 불안과 불편을 막아야 하는 경찰 본연의 자세를 의심케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경찰이 불법행위에 무원칙하게 맞서고, 편법을 일삼는 일부 단체의 큰 목소리만 두려워하는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몇 시위에 대한 대응은 한 예에 불과하다. 걸핏하면 차도를 막고 도로를 마구 통제하는 것은 골치 아픈 소수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말없는 다수에게 불안과 불편을 떠안기는 안이한 행태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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