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국은행은 2ㆍ4분기 가계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6월말 현재 가계부채가 545조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가계대출의 증가는 주로 신용카드 업계의 경쟁과열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급증의 가장 우려스러운 측면은 그것이 기조적인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혹자는 가계부채가 이토록 대규모이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해 함부로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예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물가동향이 기조적으로 불안할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도 수해의 여파 때문에 일부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최근 물가상승률 기준지표를 근원 인플레이션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로 변경하였기 때문에 농산물이나 원자재 가격의 불안을 고스란히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금리인상은 가계부채의 부담에 시달리는 민간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민간소비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금리민감도가 높은 내구재 소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인상의 보다 근본적인 효과는 그것이 단순히 일부 거시경제변수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차원을 넘어 또 다른 신용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03년에 신용카드사의 방만한 신용관리가 금융체제 전반의 신용위기를 촉발시킨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가계부채 급증의 경우에는 은행이 개입되어 있고, 또 현금서비스와 같은 무담보 채무만이 아니라 주택이 담보로 잡혀있는 담보채무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은 신용카드 사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런 종류의 신용위기에 대해 잘 대비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신용위기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효과와 가계부문에 미치는 효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중 신용위기가 은행 등 담보채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에 미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담보자산이 일거에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자산시장의 유동성을 더욱 압박하는 악순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난 외환위기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종류에 대한 체제적 대응수단은 어느 정도 정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신용위기가 가계부문에 미치는 영향이다. 주택을 담보로 잡힌 소비자가 신용위기에 봉착할 경우 그들이 원하는 최우선 목표는 주택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소비자의 채무조정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개인파산은 주택 등 현재의 자산을 매각하여 부채를 변제하는 방식이므로 해법이 될 수 없다.
결국 통합도산법상의 개인회생절차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데, 미국의 개인회생절차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담보 채권자가 개인회생절차와 무관하게 임의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주택을 지키는 것은 역시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은 만일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부문에 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 커다란 사회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이 신용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시급하게 통합도산법 내의 개인회생절차를 정비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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