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이를 가진 아내에게 낙태를 권했지만 아내가 거절했기 때문에 아내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살해 용의자는 그들의 형편에서는 아이를 낙태하는 것이 이성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아내가 ‘절망적인 살인에 관한 기사’라며 남편에게 읽어 주는 기사다.(‘아이를 가지다’ 중)
일상이란 그렇다. 심드렁한 일상은 그러나 우리 자신의 예리한 단면이기도 하다. 삶의 어느 한 순간을 절개하고 포착한 연극 두 편이 나란히 상연된다.
막 아이를 가진 그녀는 결혼 3년 만에 막 들어선 아이가 못내 사랑스럽지만, 남편은 주판알을 굴린다. 출산 이후에는 남편의 수입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남편은 드디어 의사를 예약해 놓은 뒤 낙태를 종용하는데….
극단 동의 ‘아이를 가지다’는 이제 경제적 문제가 돼 버린 출산 문제를 전면에 제기한다. 독일의 현역 작가인 프란츠 크뢰츠의 작품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과 절묘하게 닮아 있다. 빠듯하게 사는 부부가 낙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임신 2~3개월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부인의 신체적 변화를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여배우의 연기에 큰 비중이 간다. 특히 임신이 진행되면서 부인이 부부 관계에 대한 태도를 바꿔가는 모습이 어떻게 마임을 통해 표현될 지 관심이다.
‘페드라’ 등 무거운 작품에서 인상적 무대를 펼쳤던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 강량원(44)씨가 펼치고 있는 가족 문제 시리즈이기도 하다. 조용석 유은숙 출연. 9월 13~24일 상명아트홀 2관.(02)766-6925
극단 파티의 ‘임차인’은 4개의 단막극을 통해 스며 나오는 인생들의 중량이 무지근하다. 꿈과 좌절, 누구에게도 못 털어놓을 가족 이야기, 오랜만에 찾은 고향 땅에서 느껴지는 길항감 등 4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감상한 관객들에게는 삶에 대한 성찰이 어깨를 다독인다. 배우 6명이 모두 1인 2역을 소화, 고도의 순발력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한다.
2005년 ‘여행’으로 국내외에서 각광 받은 윤영선 씨가 쓰고 연출한다. 연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 잊게 할만큼 사실적인 대사가 자아내는 흡인력은 여전하다. 영화와 광고 등의 외도 생활 1년 반을 접고 본연의 연극으로 돌아 온 오달수의 복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수영 김지영 등 출연. 9월 6일~10월 1일 정보소극장. (02)744-730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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