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1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표적으로 설정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시험 운용한다.
28일(현지시간) LA타임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미국이 지난달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MD체제의 표적으로 북한 미사일을 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미국은 시험에서 북한 미사일과 크기와 속도가 비슷한 표적 미사일을 알래스카에서 발사한 뒤 이를 추격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미사일 요격 발사체(kill vehicle)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이번 시험은 지난해 2월 실패로 끝난 미사일 요격 시험 이후 18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표적 미사일은 알래스카의 코디액섬에서 발사되며, 요격 발사체는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쏘아 올려진다.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 표적 미사일을 공중에서 실제 격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대신 미군은 요격 발사체가 표적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지, 표적 미사일의 탄두와 보조 추진장치를 구분할 수 있는 지, 또 지상 관제센터와 교신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MD책임자인 헨리 트레이 오베링 미 공군 소장은 “이번에 사용되는 표적 미사일은 북한이 발사할 걸로 생각되는 탄두 무기와 비슷한 크기 및 속도를 가진 것”이라며 “미군은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 등 미국 전역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 동안 910억달러를 들여 적국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구축, 알래스카 포트그릴리에 9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2기 등 총 11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했다. 미국은 2002년 10월 MD요격 시험에서 성공했으나 그 해 12월과 2004년, 2005년에 잇따라 실시한 세 차례의 시험에서는 모두 실패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전날 포트그릴리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도 완벽한 시험을 보고 싶지만 인내력을 갖고 지켜 보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언론에 과시할 목적으로 시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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