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4시20분 광주구장에 나타난 한화 송진우(40)의 동선(動線)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덕아웃에 짐을 푼 뒤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동료들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동안에도 송진우는 말 없이 덕아웃을 지켰다.
오후 5시가 되자 송진우는 조용히 덕아웃 뒷편 식당으로 향했다. 야채와 과일 등으로 가볍게 식사를 마친 뒤에는 선수단 버스로 들어갔다. 송진우뿐 아니라 경기 당일 선발 투수들은 버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송진우는 불펜에 모습을 드러냈다. 글러브를 옆에 두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잠시 명상에 잠겼다. 10분쯤 뒤에는 불펜 포수를 앉혀두고 캐치볼에 들어갔다.
송진우는 KIA전 1회말 2사에서 장성호 안타, 이재주 볼넷으로 1ㆍ2루 위기를 맞았다. 이현곤의 빗맞은 타구가 잇따라 파울이 되자 아쉬운 듯 두 손을 마주쳤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뒤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앞선 4차례의 200승 도전에서 침묵했던 한화 타선은 1회말 위기를 넘긴 뒤 곧바로 폭발했다. 2회초에만 안타 4개와 4사구 4개로 7득점,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송진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살아 있는 전설’ 송진우가 마침내 꿈의 200승 고지에 오르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빛나는 금자탑을 세웠다. 29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한 송진우는 5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4전5기’ 끝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의 10-1 승. 이로써 송진우는 89년 4월12일 대전 롯데전에서 프로 첫 승을 올린 뒤 17년 4개월 17일 만에 승리의 벽돌 200개를 쌓았다. 18년 통산 성적은 579경기 출전에 200승142패102세이브 평균자책점 3.44.
올해로 출범 25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승은 전인미답의 대기록이다. 130여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선 511승의 사이 영(보스턴), 우리보다 70년이 빠른 일본은 재일동포 김정일(일본명 가네다 마사이치ㆍ요미우리ㆍ이상 은퇴 당시 소속팀)의 400승이 개인 통산 최다승. 현역 최다승 투수는 미국은 로저 클레멘스(44ㆍ휴스턴ㆍ347승), 일본은 구도 기미야스(43ㆍ요미우리ㆍ215승)다. 또 200승-100세이브 동시 달성은 지난 1982년 일본프로야구 에나쓰 유타카(206승-193세이브) 이후 세계 2번째 대위업이다.
이날 승리로 송진우는 개인 통산 200승과 함께 투수 부문 각종 신기록 행진도 이어갔다. 최다 탈삼진(1,920개), 최다 선발 출전(345경기), 최고령 승리투수(40세 6개월 13일), 최다 타자 상대(1만1,827명), 최다 투구수(4만5,676개) 등이 송진우의 왼팔에서 작성된 대기록들이다.
한편 인천 SK-LG전과 잠실 두산-롯데전은 비로 취소됐다.
광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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