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위의 인간들… 퇴색해버린 남자…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대안공간 출신의 세 작가, 함진(28) 김상길(32) 배영환(37)의 ‘Three Stories’ 전이 서울 종로구 화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눈에 잘 뜨이지도 않게 손톱만큼 작은 조각을 만들어온 함진이 이번에는 폭탄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 미군 기지에서 구한 불발탄 위에 도시 풍경과 거기서 먹고 놀고 일하는 사람들을 잔뜩 만들어서 붙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위의 도시와 인간 군상이 사뭇 비판적이다.
김상길의 사진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을 담고 있다. 사무실에서 택배로 온 물건을 받는 남자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차용한 것이다. 탈취제 간접광고를 연상시키는 사진도 있다. 화면이 지나치게 깨끗하고 매끈해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사진들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 허우적대는 일상에 조용하고 냉정한 눈길을 던진다.
배영환은 길에서 주운 버려진 나무판으로 기타를 만들어 ‘남자의 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깨진 병 조각으로 장식하고 와이셔츠 무늬를 그려넣은 이 기타들은 허접스러운 유물로 퇴색해버린 한때의 낭만을 감상적으로 돌아본다. 9월 30일까지. (02)734-946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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