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자동차 4사의 파업이 실물경제에 미친 충격이 컸다. 산업생산 증가율의 거의 절반을 까먹었고, 2.9% 증가할 수 있었던 소비재판매를 0.5% 감소로 돌려놓았다.
정부가 7월 실물경제지표 악화를 자동차 파업, 집중호우 등의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 요인들을 감안해도 실물경제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하강에 진입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자동차파업의 파괴력
7월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쌍용차 등 자동차 4사 노조의 파업으로 6월 31만대에 달했던 자동차 생산량은 18만8,000대로 40% 급감했다. 이 결과 자동차 파업이 없었다면 7.8%증가했을 산업생산은 4.4% 증가에 그쳤다.
산업생산 증가율을 3.4%포인트 하락시킨 셈이다. 출하도 자동차 파업이 3.2%포인트를 까먹는 바람에 4.5% 증가했을 것이 1.3% 증가에 그쳤다. 통계청은 소비재판매도 자동차 파업이 없었더라면 0.5% 감소할 게 아니라, 2.9% 증가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소비재판매에서 23%를 차지하고 있는 승용차 판매와 차량용 연료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집중호우 역시 시멘트 레미콘 등 건축용 자재 생산을 감소시키고,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 증가폭을 둔화시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었다.
일시적 현상 vs 추세적 하락
정부는 7월 지표 악화가 이 같은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7월의 지표 악화는 예상됐던 것"이라며 "8월 지표는 생산, 소비 등에서 이전의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사용량 증가율은 7월에 2%대까지 축소됐지만, 8월에는 6월 수준(4% 내외)으로 회복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판매는 6월 –0.9%, 7월 –26.1%를 기록했지만 8월 들어 15일까지 5% 증가세로 반전됐다. 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도 이달 중반까지 13~16%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파업 등 일시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실물경제 악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자동차 파업을 제외하더라도 올 1월 이후 최저치이다.
또 자동차파업을 뺀 소비재판매 증가율(2.9%) 역시 5%대 후반인 5~6월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경기가 하반기에 둔화하면서 내년 미국발 세계 경기하강의 파고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미국의 경기둔화와 고유가 지속은 국내 수출경기는 물론, 내수 회복세마저 둔화시키는 내우외환의 상황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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