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년퇴직한 한 원로교수가 퇴임사에서 대학원 입학 시험 때 학교측이 장애인을 차별해 불합격시킨 의혹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퇴직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S대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C(65) 전 교수는 최근 교직원 및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퇴임사에서 "아직도 우리 대학에는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부적절한 사유로 장애인을 차별 인권을 침해하고,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입시부정의 의혹을 받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면접에서 탈락시킨 교수들은 탈락사유에 대해 타당한 자료를 제시할 수 없다며 잘못을 간접 시인한 상태인데도 왜 이러한 사건들이 대학당국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자기방어에만 급급한 채 부끄러움을 감추려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C 전 교수는 S대 1회 졸업생으로 다른 대학을 거쳐 1998년 모교의 신학대학원 교수로 부임했고 이달 17일 정년 퇴임했다. 그가 문제 삼은 사건은 6월 3일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면접 시험이다. 당시 호흡기 1급 장애인인 김모(50)씨는 떨어졌다. 김씨는 평소 숨쉬기가 힘들어 산소통을 휠체어에 싣고 다녔다. 낙방 소식을 들은 김씨는 납득할 수 없다며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항의하다 이달 10일 숨졌다.
김씨가 불합격하자 C 전 교수는 학과 교수 3명 중 자신을 제외하고 2명만 면접에 참여했던 점을 문제 삼았다.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은 자신이 면접관이 되면 김씨가 합격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이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 "규정상 복수의 면접관만 참여하면 되는 데다 C 교수가 '학과장 중심으로 알아서 하라'고 말했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C 전 교수는 또 "김씨의 면접 점수 55점(100점 만점)은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로 평점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며 "교학과에서 지원자 6명 중 2명을 탈락시키라고 지시하면서 김씨가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구체적인 평점 근거와 선발 과정은 내부 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달 25일 학교측에 답하도록 지시한 김씨의 평점 근거에 대해서도 학교측은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숨지기 직전 이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학교측은 "우리만큼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높은 학교가 어디 있냐"며 "장애인 차별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C 전 교수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학교 발전을 위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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