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먹고 사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죠. 그런데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업계의 환경이 갈수록 대형업체에 유리하게 바뀌면서 공사 하나 따내기가 벅찬 상황이 됐습니다."
지방에서 건설업체를 운영중인 김모(61)씨는 요즘 고민이 부쩍 늘었다. 회사는 작지만 30년 이상의 경험과 노하우로 인해 지역에서는 능력을 인정받던 그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너무나 나빠져 회사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그는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애꿎은 담배만 빨아댔다.
건설업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양극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소업체들의 몰락이다. 건설업의 위기라는 말도 대형업체보다는 중소업체의 피부에 더 와 닿는다. 재정경제부가 29일 내놓은 건설업 지원 방안이 지방업체와 중소업체 지원에 모아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건설업 구조로는 지원은 지원대로 하면서 효과는 보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건설업체수가 너무 많다. 파이는 커지지 않았지만 한 조각을 원하는 이들은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1997년 3,896개이던 일반건설업체수는 그 해 건설업 면허제도가 등록제도로 바뀌면서 폭증해 2005년에는 1만3,202개까지 늘어났다. 한 회사당 평균 수주금액도 97년 192억원에서 2005년 78억원으로 급감했고, 중소업체일수록 타격은 더욱 컸다.
아무래도 서울이나 수도권 업체들보다 영세한 지방 소재 업체들의 수주액이 낮아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2001년 전체 수주액의 41.2%를 차지했던 지방 업체들의 수주액 비중은 올해 1~4월 18%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포화상태에 있는 건설업계를 슬림화하고 부실업체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선임 연구위원은 "건설업체수가 8,000개 정도였던 2000년에도 이미 적정 숫자는 5,000개 이하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1만3,000여개가 넘어선 상황에서 적정 규모로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설업은 '상쟁(相爭)'업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한 부실 건설업체 퇴출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업체에 대한 지원 확대도 절실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투자를 확대해 중소업체에게 돌아가는 몫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ㆍ시공 일괄 수주, 최저가 낙찰제, 민간자본유치사업(BTL) 확대 등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ㆍ낙찰구조의 변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사업에 대한 중소업체의 참여 의무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 도급시 일정 수준의 입찰가격 우대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경부가 발표한 지방중소건설업체 지원방안은 의미가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며 "견실한 중소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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