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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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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수집가

입력
2006.08.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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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을 먹다가 친구에게 물었다. "뭘 수집하는 건 무슨 심리지?" 그는 즉각 대답했다. "그야 탐욕이지." "아무 재산 가치 없는 걸 모으는 건?" "그것도 탐욕이지." 그런가? 생각해 보려는데, 덧붙였다. "편집증이지 뭐. 강박증이기도 하고."

언젠가 여럿이 삼계탕을 먹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일행에게 당부했다. 닭 가슴뼈를 자기에게 달라는 것이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그는 젓가락으로 내 뚝배기를 휘저어 희고 가느다란 V자 모양의 뼈를 골라냈다.

그걸 모으는 게 취미인 직장동료가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이게 그렇게 예쁘다네." 깨끗이 씻어 말린 V자 모양 뼈들이 1,000마리 종이학처럼 담긴 유리그릇이 떠올랐다.

순수한 수집은 탐미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하긴 탐미란 아름다움에 대한 탐욕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른 바닷물 같은 탐욕.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욱더 늘리고 싶어 하는 게 수집가의 속성이다.

내 조카가 초등학생일 때, 그 애는 돈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용돈을 주면 날름 저금을 해버리곤 했다. 돈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쓰고 싶은 거 못 쓰고 지갑을 털어 준 건데, 아깝게 은행에 넣어버렸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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