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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08.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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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만 보겠다고 희귀 야생화 캐 가서야

주5일 근무제 확산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숲을 찾는 국민이 부쩍 늘어났다. 숲은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고 있다. 나무 그늘에서의 휴식과 시원한 바람은 물론 철 따라 피는 각종 야생화와 새와 짐승, 곤충 등의 서식지로서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 갖겠다는 욕심으로 숲을 훼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지금 필자가 서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해발 1,200m에 위치한 고산 자생식물 지대이다. 아무도 가꾸지 않았는데, 이곳은 태고 적부터 천연 수목원으로 만들어졌다.

여름의 끝 자락인 지금, 이곳에는 홍자색의 노루오줌을 비롯해 이름과 달리 아름다운 연분홍 색 꽃잎 양면에 흑색무늬를 입힌 이질 풀, 날개를 펼친 듯한 숫잔대, 제비난초 등 흔히 접하기 어려운 야생화들이 저마다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불과 2~3주 전에 왔을 때 봤던 도깨비부채, 큰앵초, 홀아비바람꽃 등 이곳에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멸종 희귀 식물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치 이빨이 빠진 듯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군가 몰래 이곳에 들어와 무더기로 캐어간 것이 분명했다.

숲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즐기는 공동의 자원이다. 충격을 받고 사무실로 온 즉시 '국유림 내 자생식물 보존과 관리'란 이름의 규정을 만들어 예하 국유림관리소로 내려 보냈다. 주요 자생식물 군락지에는 감시원과 청원산림보호직원을 두며, 표지판을 설치해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도록 했다.

사람들은 꽃의 아름다움이나 돈으로 바꿀 생각에 야생화를 캐어가지만, 제 땅을 떠난 야생화는 결코 인간의 손으로는 살릴 수 없는 존재이다. 혹 1~2년은 살릴지 몰라도 그 다음해는 반드시 죽는다.

굳이 고산식물 군락지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누군가 반드시 이곳을 찾아 또다시 숲의 자원을 훔쳐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서서 오히려 가슴은 비애로 타 들어간다.

배영돈ㆍ남부지방산림청 청장

■ 빈국을 돕는 '천원의 행복'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천원의 행복’이라는 사랑의 기부행사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용돈을 아껴서 한 사람이 한 달씩 한 구좌에 천원을 후원하기도 하고, 천원짜리 물건들을 모아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장애청소년을 돕기도 한다.

유엔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10억 이상의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으며 전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 비율은 46%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의 총 사망자 중 3분의 1이 빈곤 때문에 사망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매년 약 1,800만 명, 매일 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000년 세계 189개국의 정상들은 빈곤과 기아 퇴치, 보편적인 교육제공, 양성평등 증진, 영ㆍ유아 사망 감소, 모자보건 증진, 질병퇴치, 환경개선 등 8개의 천년개발목표를 정하고 이를 2015년까지 달성하기로 하였다.

지금도 모든 나라들이 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국가들과 일부 서남아시아 국가들의 목표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권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발돋움했지만, 국제사회가 우리를 보는 시각과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보는 시각 간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아직도 베풀 위치에 있지 않다고 보고 있는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선 항공권에 천원의 기여금을 부과하여 마련한 재원을 아프리카ㆍ아시아의 최빈 개도국의 빈곤퇴치에 활용하는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련되는 매년 150억원의 재원으로 최빈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에이즈 등 전염병 퇴치에 우선 사용할 예정이며, 민간과 정부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설치하여 이 기여금의 사용방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천원이면 기아난민 스무 명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국제무대를 활보하면서 ‘천원의 행복’을 실천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박석범ㆍ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

■ 댐,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할 때

이번 장마는 너무 길었고, 비도 너무 많이 왔다. 유례없는 물난리를 겪으면서 잠잠했던 여러 가지 주장들도 쏟아지고 있다. 집중호우 발생빈도는 증가하는데 기존 시설과 정책은 그대로 여서 수해를 가중시켰다든지, 환경보호 논리에 치수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든지, 빗물을 분산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저류지나 습지를 만들어야 한다든지 하는 주장들이다.

댐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과 환경보존이 우선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사람간의 양보 없는 논쟁은 그 끝을 보기가 쉽지 않다.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개발은 계속될 수 밖에 없고, 댐은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댐을 만들면서 주변의 자연이나 사람에게 소홀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댐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댐이 들어섬으로써 더 잘 살 수 있도록 고민도 하고 있고,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도 과거와는 다르다.

지난 집중호우 때 한강 수계의 충주댐이 대규모 홍수를 막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데에 이의를 달아서는 안 된다. 하류지역과 상류지역의 아우성 속에 홀로 고군분투한 충주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유엔개발기구(UNDP)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홍수위험지수는 6.85라고 한다. 0점 대인 영국, 독일, 스위스나 2.28인 미국, 2.81인 일본보다도 월등히 높다.

천변 저류지, 녹색 댐 등등 자연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방안이 될 수 없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저류지나 숲속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가 않기 때문이다.

분명히 댐 건설로 인하여 자연환경이 변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사람도 살고 자연도 사는 방법이 아닐까.

이제는 우리 실정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댐도 하천의 한 시스템으로 인정하고 하천 속에서 댐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 관계자, 환경단체, 지역 주민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논쟁은 그만 두고 생산적인 논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차대현ㆍ한국수자원공사 환경생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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