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규덕 평가위원(소아과 전문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하는 수술 통계가 처음 작성됨으로써 한국인의 질병 및 수술 추이를 정확히 파악하게 됐다”면서 “일부 수술 분야에선 시민단체 등이 지적해온 과잉수술의 징후를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이 꼽은 과잉수술은 제왕절개, 자궁절제, 치핵(치질), 척추 수술 등 4개 분야. 그는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의사가 최선을 다했다는 ‘방어진료’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뿐더러, 자연분만에 비해 진료비도 높아 병ㆍ의원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들의 자궁절제 수술 건수가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도 조기 진단으로 자궁암 환자가 정체현상을 보이는 것과 배치되는 특이한 현상이다. 이 위원은 “과거엔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자궁암이 많이 생겼지만, 최근 조기 진단이 일반화하면서 자궁암 발생은 정체 상태고 오히려 자궁근종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중ㆍ장년 여성들이 자궁암을 예방하기 위해 자궁근종이나 암으로 발전하기 이전의 0기암 상태에서 자궁절제 수술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척추 및 치핵 수술의 갑작스러운 증가는 병ㆍ의원들의 전문화와 관계가 깊다”면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척추 수술의 경우 일반적으로 통증이 생기고 6~8주 정도 기다려 봐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데, 일부 병ㆍ의원에선 이를 어기고 수술을 강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잉수술의 우려를 제기했다.
첨단 의료기기의 개발도 수술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갑상선 수술의 경우 첨단 진단기술이 도입되면서 조기 발견율이 높아져 수술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관상동맥 우회술도 예전에는 심근경색 수술을 많이 했지만,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관상동맥 혈관성형술이 최근 유행하면서 수술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담낭절제술 분야에서 내시경 수술이, 전립선 수술에서 얼리거나 지지는 수술 기법이 도입되는 등 수술기법의 첨단화ㆍ다변화가 이뤄진 것도 수술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첨단 수술기법과 의료기기의 개발이 질병의 조기 발견과 수술 성공률 향상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수술 남발의 우려가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며 “불필요한 수술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매년 정확한 수술 통계를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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