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jamin Bugsy Siegelㆍ1906~1947) "일러바엔 도박도 시장개방 해보지 그래?"라스베이거스 건설한 전설적 갱… 화려한 인생 살다 결국 암살당해"뇌물만 7,000억? 도박공화국이라 할 만하군 아무튼 핵심은 누가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지"
미국의 전설적인 갱. 도박 도시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가 오늘날처럼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플라밍고 호텔을 1947년에 지었다. 뉴욕 브룩클린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벅시는 어려서부터 동네 길거리 갱 노릇을 하면서 행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뜯었고, 돈을 내지 않는 경우 행상인의 수레를 태워버리곤 했다. 청년 시절 벅시는 랜스키(Lanskey)라는 갱을 만나 친구로 지내면서 히트맨, 즉 암살자 노릇을 하게 된다.
1926년 벅시는 자신의 주류 밀매업 진출을 막은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랜스키가 피해자를 협박하여 증언하지 못하게 했다. 1930년에 벅시와 랜스키는 당시 마피아 최고 실력자인 럭키 루치아노와 연결되어 미국 동부 지역에서 살인, 도박, 주류 밀매 등에 손대게 된다. 1937년 마피아 조직은 벅시를 캘리포니아로 파견했는데 벅시가 맡은 일은 경마 도박과 관련된 정보를 마피아 조직 상부에 빠르게 전달하기 위한 통신 사업을 관장하는 것이었다.
1930년대 말 헐리우드로 진출한 벅시는 영화계와 사교계를 장악하고 여기서 강탈한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버지니아 힐(Virginia Hill)이라는 미모의 여성을 만나 그녀를 정부로 삼게 되는데, 버지니아는 창녀 출신으로 마피아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던 여자였다. 1941년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벅시는 마피아 두목들을 설득하여 카지노를 가진 거대하고 호화로운 호텔을 짓는 책임을 맡는다.
최초 예산은 100만 달러였지만 결국에는 600만 달러의 돈이 들어갔고, 그래서 마피아 두목들은 벅시가 돈을 빼돌렸다고 의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플라밍고 호텔은 1947년 3월에 개장했지만 벅시는 친구 랜스키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마피아 두목들이 보낸 암살자에 의해 그 해 7월 살해당한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에 의하면 벅시는 눈에 총을 맞았다. 영화
‘대부’ 1편에서, 벅시를 모델로 삼은 등장인물 모 그린(Moe Greene)이 이렇게 살해되었기 때문에 이 방식의 살인을 ‘모 그린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벅시의 삶을 직접 그린 영화는 1991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 ‘벅시’인데, 벅시역을 워렌 비티가, 버지니아 역을 아네트 베닝이 맡았고, 이 영화 촬영 후 둘은 결혼을 했다. 실존했던 갱을 낭만적 영웅으로 설정한 이 영화는 벅시가 살해되는 마지막 장면을 아메리칸 드림의 파탄으로 묘사했다.
현(이하 현) 벅시 ‘형님’, 인사드리겠습다요(아주 공손하게 ‘꾸벅’). 지금 한국이 도박기 및 도박 경품권 스캔들로 너무 시끄러워서 ‘형님’의 고견을 듣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벅시 내가 눈에 총 맞은 뒤로는 신문이나 TV를 통 못 봐. 아예 처음부터 털어놔 봐.
현 넷. 이 얘기는 이 달 초에 문화관광부 차관이 경질된 데서부터 시작됩니다요. (‘형님’ 눈치를 보며 비굴하게)지루하시면 생략하겠습니다만….
벅시 아냐. 계속해.
현 그럼, 신문 보도를 종합해서 간략히 보고드리지요. 인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그 차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그 차관을 갈아치우려 하자 이를 알아챈 그 차관이 만약 나를 자르면 거꾸로 인사 문제를 외부에 폭로하겠다고 청와대를 먼저 ‘협박’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청와대 쪽에서 ‘뚜껑이 열려서’ 직무 감찰을 하기도 하다가 결국 임명한 지 6개월 만에 ‘목을 쳐 날린’ 게 8월 초입니다.
벅시 너희 한국도 제법 센 걸. 정무직 차관이 임명권자를 ‘협박’하는 수준이니까 말이야.
현 대통령 참모들도 마찬가집니다. “배 째달란 얘기죠? 그럼, 배 째드리지요.”라고 받아쳤답니다. 아 참, 그 전에 그 차관은 신문법 관련 업무 수행을 하면서 일부 보수 언론에 정보를 흘린 적이 있답니다. 보수 언론과 싸워 오던 대통령과 참모들이 ‘야마’ 돌 만도 하지요.
벅시 그런데 그게 스캔들 하고는 무슨 상관이야?
현 그 전부터 대통령 인사권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걸어오던 보수 언론들은 호기를 잡은 거죠. 그래서 보수 언론들은 확인되지 않은 설을 매일 열심히 보도해왔지요. 그러다가 경질 원인이 ‘바다이야기’라는 도박기 및 도박 경품권에 대해 그 차관이 반대했기 때문 아니냐 라는 얘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요.
벅시 도박 게임 이름은 시적으로 참 잘도 지었군. 플라밍고 호텔의 경우는 내가 침실에서 버지니아를 부를 때 사용하던 애칭에서 이름을 따온 거야. 그런데 그 차관이 도박기 및 도박 경품권 건에 반대 했다는 것은 맞는 얘긴가?
현 사실 관계는 더 밝혀져야 하는뎁쇼. 어쨌든 그 차관도 몇 년 전부터 주무 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을 지냈으니까 오히려 정책적으로는 그 차관 본인에게 일정한 책湛?있다고 하는 게 신문 보도 내용입니다요. 아무튼 이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아주 지저분한 공방이 청와대, 문화관광부,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문화관광위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습니다. 대통령 조카와 여권 고위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라고 큰소리 치던 야당도 정작 대표와 국회의원들까지 이 지저분한 스캔들에 연루 되어 있는 게 얼마 전에 밝혀져 머쓱해졌는뎁쇼, 내용인즉슨요, 정치 자금을 받아 썼답니다.
벅시 신문은 어떤가?
현 예컨대, U라는 보수 신문은요, 그 신문 사주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재벌 계열의 기업이 경품권을 발행했다는 게 밝혀졌습죠. 그것을 O라는 다른 보수 언론이 박스기사로 크게 까발렸습니다. 하루에 5-6면씩을 할애해서 ‘열라’ 보도해 오던 U라는 신문은 그러자 이 사건을 단 한 면으로만 축소해서 보도했어요. 근데, 그 기업은요, 예전에도 안기부 X파일 사건인가 뭔가 하는 사건에서요, 탈세 따위로 망신을 사기도 했지요. 보수 신문들은 이 도박 게임에 관해 그 동안 전혀 보도를 안 하다가 대통령 인사권 문제에 시비를 걸면서부터 아주 ‘열라 긁어’대기 시작했습죠. 이 도박 게임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이 벌써 작년부터인데 말이에요. 보수 신문들도 책임이 ‘졸라’ 크답니다.
벅시 플라밍고 호텔을 지을 때 얘긴데, 건설업자들이 자재 단가를 가지고 나를 속였어. 그러면서도 건설업자들은 겁을 먹고 나를 매우 두려워 했어. 나는 당시에는 속은 줄도 몰랐는데, 아무튼 겁먹은 걔네들을 안심시키려고 내가 말했지. “어이, 걱정마. 우리는 우리들끼리만 서로 총을 쏘아댄다구”라고. 한국의 보수 언론들도 이제는 서로 치고받는구먼. 내가 과문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수언론을 ‘조폭 언론’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핵심은 과연 검은 돈을 누가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 아니겠나? 그것에 관해 아는 것이 있나.
현 현재로는 추정만 가능하지요. 한 해 상품권 발행액은 30조원인데 이게 정부 문화 예산의 14배고 서울시 예산의 2배입니다. 국방 예산이 23조니까 얼마나 큰 액수인지 알 수 있습죠.
벅시 검은 돈 액수는?
현 보도에 의하면, 한 해 30조를 기준으로 해서, 상품권 발행사가 1,800억을 먹고, 인쇄 및 총판사가 1,200억을 먹고, 보증보험이 300억을 먹고, 게임산업개발원이 140억을 먹는답니다. 이건 검은 돈 액수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버는 액수입니다요. 게다가 환전소가 먹는 검은 돈이 2조4,000억이라니까, 도합 2조7,440억원입니다. 그리고 한 도박 게임업소가 버는 돈은 해당 환전소가 버는 돈과 비슷하다고들 하니까 업자들이 도박 게임기 조작 등으로 버는 돈이 2조4,000억원 정도 되는 거죠. 합치면 5조가 넘는 돈입니다. 여기에 도박 게임기 제작사와 게임업소 등에서의 탈세액이 대충 1조원이고요, 지난 1년간 상품권 불법 인쇄액이 8,000억원 가량이랍니다. 확인된 언론 보도만으로 이번 스캔들에서 추정되는 돈은 지난 1년간으로 한정해도 이렇듯 대략 7조원 가까이 되는데요. 여기에는 뇌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통상 최저 리베이트 비율인 10%만 쳐도 뇌물이 7,000억원이고 더 낮춰 잡아도 수천억원대 뇌물이 왔다갔다 한 거죠. 이 돈이면 굶는 북한 사람들 먹여 살릴 수 있구요, 또 굳이 매칭펀드 방식 아니더라도 신문유통원을 꾸려나갈 수가 있다는 얘기죠.
벅시 사람은 몇 명이나 연루가 되었나?
현 게임업소 업주들의 협박성 폭로에 의하면 게임업소에서 직접 ‘삥 뜯는’ 수뢰 공무원들만 해도 한 업소당 최소 10명씩이라고 하니까 1만5,000개 업소를 곱하면 15만 명인데, 공무원 한 명당 관할하는 업소가 10군데면 1만5,000명, 20군데면 7,000명 이상의 ‘깃털’ 공무원이 연루되어 있는 거죠. 지금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는 ‘몸통’ 관련자들을 빼고 하는 얘깁니다.
벅시 과연 도박공화국이라고 할 만하구먼. 그래 사건이 어느 정도로 밝혀질 것 같은가?
현 그건 검사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서 ‘떡값’을 받은 적이 있는가와 관련되는 거죠. 만약 돈을 전혀 안 먹었다고 한다면, 과거의 관례대로 빙산의 일각 정도는 밝혀내겠지요. 하지만, 과거에 그랬듯이 기껏해야 ‘몸통’은 열 명 이내에서 사법처리되는 걸로 끝날 겁니다. 지금 한국에게 정작 필요한 건 ‘도박 원로’ 내지는 ‘도박 전문가’들인데요, 뭐,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요?
벅시 우리 미국처럼 도박을 양성화하고 로비업를 합법화하는 길이 있기는 한데….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라스베이거스의 갬블링 전문 호텔 체인이 한국으로 진출하게끔 만드는 거야. 이런 식의 시장 개방이 가능할까?
현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면 그 쪽으로 가야겠지요. 노무현 정권의 평소 논리대로라면, 그래야만 도박이라는 서비스 업종이 투명해지고 또 국제 경쟁력도 생길테니까요. 그럼, 또 뵙겠습니다요, 형님(다시 정중하게 ‘꾸우뻐억’).
문화비평가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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