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입차 시장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토요타 렉서스의 침체와 혼다, 닛산 인피니티의 급부상이다. 지난해 7월 16.7%였던 렉서스 시장점유율이 올해 14.4%로 하락한 반면, 인피니티(1.9%→4.1%)와 혼다(7.6%→9.2%)는 급증했다. 렉서스가 독주하던 시장을 같은 일본 브랜드가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닛산의 약진을 주도하는 최고책임자는 누굴까. 한국인? 혹은 일본인? 아니다. 미국인이다. 닛산 본사는 올해 5월 미국 시카고 지역 책임자인 그레고리 필립스(52) 사장을 한국법인 사장으로 임명했다.
필립스 사장이 일본인 경쟁자를 물리치고 한국에 온 것은 닛산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지한파(知韓派) 간부이기 때문. 그는 젊은 시절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고, 부인도 약학 박사 출신의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았다. 한글도 읽을 줄 안다. 말하기는 서툴지만 한국인의 대화는 60% 가량 이해한다. 1990년대에는 대우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관여했다.
한국과 자동차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만큼 필립스 사장은 경쟁업체보다 공격적이다. 특히 “렉서스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을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할 만큼 경쟁회사 고객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닛산 본사도 필립스 사장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벤츠, BMW, 렉서스 등이 미국ㆍ유럽보다 3~4개월 늦게 한국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것과 달리, 닛산은 최신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필립스 사장은 “풀 체인지 모델인 뉴 인피니티 G35세단을 10월께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닛산 본사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삼고 있으며, 수준 높은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쌓은 마케팅 자료를 중국, 러시아 시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차량 고장으로 운전자(구매 후 4년ㆍ주행거리 10만㎞ 이내)가 집에서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다른 교통 수단이나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필립스 사장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현재 3~4%대인 점유율을 2010년까지 6~8%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