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대권을 향한 큰 걸음을 시작했다. 자신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희망한국 국민연대’(희망연대)를 28일 공식 출범시키고 본격적으로 대선 플랜을 가동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희망연대 발기인 총회에 앞서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다산 정약용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흔히 정치인들은 대권 도전 등 큰 일을 앞두고 국립묘지나 선영을 참배하는 ‘신고식’을 치르곤 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다산 묘소에서 대선 출정 의지를 다졌다. 평소 주창해온 대로 다산의 실용주의를 정치적 신념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이어 오후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기인 총회를 열어 희망연대를 출범시켰다. 총회에는 고 전 총리와 함께 김수규 전 서울YMCA 회장과 양현수 충남대 총장,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 이종훈 전 경실련 대표 등이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또 정세현 전 통일장관과 정희자 전 여성벤처협회장, 소설가 박범신씨 등 각계 인사 10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고 전 총리는 “희망연대의 활동은 정치소비자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회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사회적 문제점을 제기하고 함께 해법을 연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활동을 국민에게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희망연대를 통해 기존 정치인과 다른 ‘고건식 색채’를 한 껏 부각하고, 이를 통해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고 전 총리의 구상대로 전개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우선 희망연대가 기존 시민단체들과 차별성이 적고, 활동방안도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참여 인사들의 면면도 참신성 면에서는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희망연대가 향후 활동과정에서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결국 정계개편의 와중에서 ‘고건 신당’의 전위조직 역할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대선 유력주자로서의 고 전 총리의 정치적 주가는 하락이 불가피하다. 대권 도전선언을 앞두고 자신이 조직한 결사체의 선장으로 전면에 나선 고 전 총리가 희망연대를 통해 어떤 모습을 보일 지 궁금해진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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