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27일 "나는 솔직히 북한을 한국에 대한 당면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조종사의 연간 비행시간이 미군 조종사의 4분의 1 미만인 50시간에도 못 미치는 등 북한군의 전력이 피폐화한 데 비해 한국의 군사력은 개선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럼스펠드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그 동안 남한의 대북 전력(戰力)지수가 70~80%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해온 우리 국방부의 견해와 판이한 것이어서 언급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북한군의 대남 위협을 이렇게 낮게 평가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안보문제에 민감한 보수적 인사들은 1949년 한국과 대만을 미국의 태평양방위선에서 제외함으로써 사실상 6ㆍ25 남침의 초대장을 보낸 셈이 된 애치슨 전 국무장관의 발언을 떠올릴 법도 하다.
하지만 럼스펠드 장관의 발언은 최근의 북한 군사력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권위 있는 안보문제연구기관 노틸러스 연구소는 6월에 공개한 북한군의 유류수급 실태 분석에서 북한군의 전면전 수행능력을 낮게 평가했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북한군은 유류 확보가 어려워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24시간 내 항공작전을 못하게 되고 전투함정도 5일 이내 작전이 중단된다. 지상군의 무기 및 장비는 50%가 파괴되거나 작동 불능 상태로 방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군의 전면전 수행능력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전시 작전통제권 한국군 이양 일정에 대한 미국 입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정부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목표시점을 2012년으로 잡고 있지만 럼스펠드 장관은 최근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2009년 이양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양국의 이 같은 견해차는 근본적으로 북한군의 전면 남침 위협에 대한 인식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 국방당국의 견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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