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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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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입력
2006.08.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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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인사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을 건강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한데 대해 비난여론이 쏟아졌지만,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완기 전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을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김병준ㆍ문재인 인사파동 이후 청와대는 교훈을 얻기는커녕,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 돌려막기 인사 도 넘어

얼마 전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권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다 버리고 남은 마지막 권한"이라고 말함으로써 욕심없는 대통령의 모습을 각인시키려 했다.

하지만 인사권이야말로 쓰기에 따라 '제왕의 권한'에 손색이 없을 만큼 막강한 권한의 실체가 된다. 마음을 비우고 나라의 인재를 골라 쓰라는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뜻대로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이 된다.

우리는 포도를 먹을 때 포도만 먹는 것이 아니다. 가을의 맛까지 음미하는 것이다.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때도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다. 가을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사권자가 '내 식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때 인사권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의 오기'와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대통령 측근인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어느날 갑자기 공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선거에 떨어져도 또다시 오뚝이처럼 살아나는 모습을 볼 때 '부활한 나자로'의 모습이 연상되기보다는 '또 돌려막기 인사로구나'하는 식상함이 앞선다.

필자는 처음에 참여정부의 사람들이 청와대 요직이나 고위직에 있다가 홀연 이를 내던지고 '죽기 아니면 살기'의 살벌한 선거판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위험 부담을 자청하는 모습이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희생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생명력과 같은 것이구나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선거의 불확실성을 향해 돌진하는 비장함과 용감함에서, 막강한 무적의 아킬레스를 보고 비겁하게 피하지 않고 정면대결하는 트로이의 명장 헥토르의 모습이 연상됐다.

그런 감동은 어느날 싱겁게 깨졌다. 선거에 떨어져도 계속해서 공직에 갖가지 명분으로 중용되는 것을 보고 일종의 보험을 들고 선거에 임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떨어져도 부귀가 보장되는 보험을 들었다면, 선거 출마는 '땅집고 헤엄치기' 아니겠는가.

● 참여정부는 인사권부터 혁신하라

지금 정부의 인사 행태를 보면 주머니에서 노란수건이나 빨간수건을 자유자재로 꺼내는 요술쟁이의 모습이 느껴진다. 도대체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가. 물론 끊임없는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답변도 끊임없이 주어졌다.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느니, 전문가라느니, 심지어는 과거 문민정부의 절반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으면서 설득이 되기보다는 국민의 인내심을 끊임없이 시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정부는 다른 집단에 대해 '변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진정으로 변했는지를 인사권 혁신을 통해 말해야 한다.

박효종ㆍ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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