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려때 원양 항해선 첫 확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려때 원양 항해선 첫 확인

입력
2006.08.29 00:16
0 0

14세기 후반 침몰한 것으로 보이는 고려 선박 2척이 중국 산둥성(山東省) 펑라이시(蓬萊市) 소재 봉래수성(蓬萊水城) 해안에서 발굴, 인양됐다. 우리나라의 고(古) 선박이 해외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으로, 고려시대 때의 원양 항해용 선박의 실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고려 선박은 중국 산둥성문물고고연구소, 펑라이시 문물국 등이 지난해 7월 펑라이시 내항인 봉래수성 해안에서 명 말 폐기된 중국 선박 1척과 함께 뻘 층에서 발견한 것으로, 중국 조사단은 같은 해역에서 1984년에도 명대 선박 1척을 발굴, 인양했었다.

고려 선박 가운데 한 척(봉래3호선)은 잔존 길이 17.1m, 최대 선체 폭 6.2m로 국내에서 발견된 여느 고려 선박보다 크다. 전문가들은 이 배의 선수와 선미가 훼손된 점을 들어 선박 원형은 길이 22.6~28m, 최대 폭 8.4m, 화물 적재 톤수 160~180톤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인양된 고려 선박 중 가장 큰 안좌도선(잔존 길이 14.5m)보다도 규모가 더 큰 것이다.

봉래3호선에서는 또 선박 국적이 고려임을 입증하는 14세기말 고려 청자도 발견됐다. 또 다른 고려 선박(봉래4호선)은 잔존 길이 4.8m, 최대 폭 1.96m에 불과하고 바닥 판 가운데 일부만 남아있을 정도로 훼손이 심해 전체 재원 추정이 어려웠다. 이들 선박은 우리나라 고 선박 제조에 사용된 소나무로 만들어졌다.

최근 현지에서 열린 선박 인양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던 최항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바닥이 편평한 한국 고유의 평저형(平底形) 양식을 채용한데다 판재의 이어붙임과 나무 못 연결방식 등을 볼 때 고려 선박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성범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관장도 “고려 시대에 대외교역을 위해서는 원양 항해를 할 수 있는 큰 배가 필요했다”며 “국내 인양 고 선박이 모두 연근해 항해용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 발굴된 선박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려 사람들이 폭풍우를 이기고 먼 바다를 건너 활발하게 무역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해준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봉래3호선이 중국 선박의 특징인 격벽구조(화물창을 구분하기 위해 별도의 칸막이를 설치한 구조)를 취한 것과 관련, “우리 양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중국 기술 가운데 필요한 것을 선택적으로 차용한 것”이라며 “이번 발굴을 계기로 당시의 항해술과 바닷길 연구를 본격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