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과 만나 '바다 이야기' 문제에 대해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도록 몰랐는지 부끄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직접 다룰 사안이 아닌 것 같다"거나 "정책적 오류 말고는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실무적 실책 정도로 여기는 인식을 보이다가 그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깨달은 듯 하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이 개입한 권력형 '게이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정책적 허점이나 이와 관련된 범죄적 문제들에 대해 거리감을 두는 착각은 여전하다.
이런 인식과 착각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없다. 파문의 전후 맥락은 대통령 업무 범위와 무관할 수 없고, 무엇보다 아직 권력 개입 여부와 관련한 사건의 성격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나온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온 국민이 휩쓸린 소용돌이에서 여전히, 혼자만 비켜나 있다.
사건의 본질은 서민들의 고혈로 얻는 검은 이윤과 이권을 조장한 '도박 정책'의 도입ㆍ수립에 관한 것들이다. 그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대통령 표현 그대로 '도둑 맞는데 개도 짖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은 비리 부패를 감시하고 차단하는 감찰, 정보 시스템의 부재 내지 마비에 대한 냉엄한 반추와 질책을 앞세워야 한다.
"서민 피를 빨아먹는 패륜아 정권"이라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비판은 거칠기는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대통령은 "이 문제가 청와대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지만 관련 행정관에 대한 수사는 막 시작됐을 뿐이다.
되짚어 보면 개가 짖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언론의 실태 보도가 이어졌고, 국회에서는 감사청구가 논의됐으며, 국가청렴위원회가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국무총리가 곧 대 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라지만 맞지 않다. 사과를 한다면 대통령이 겸허하게 사과하고 민생을 어루만져야 마땅하다.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경위와 이유를 밝혀내고 보좌기능에 대한 문책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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