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열린우리당에 끝까지 남겠다”면서 이른바 ‘종신 당원론’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당을 탈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다른 태도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당청 갈등의 와중에 탈당 시사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죽을 때까지 우리당과 함께 하다 눈을 감고 싶다”(20일 여당 지도부 오찬)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여당의 재선 의원들과 만찬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는 “당에 끝까지 남아서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그 당이 없어지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노 대통령 발언을 요약하면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도 당의 고문으로 남아 활동하겠으며 끝까지 당적을 갖고 있겠다는 것이다. 여야 관계자들은 끝까지 당적을 지키겠다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속내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종신 당원론’은 우선 임기 말 국정 운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법ㆍ국방 개혁,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주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매듭짓기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레임덕(권력누수)을 방지하는 데 여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 정무팀을 신설하고, 당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노 대통령이 차기 대선 구도, 나아가 임기 후에도 현실 정치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노 대통령이 30%가량에 이르는 영남권 민주개혁세력의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여권 내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내 일부에서 “여권의 대선 승리를 위해선 영남의 일정한 표도 지켜야 하는 만큼 당과 대통령이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노 대통령의 영남권 영향력을 의식한 것이다.
역으로 노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탈당해야 하는 사태를 대비한 언급이라는 해석도 있다. “본인은 남고 싶었지만 당이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지역구도 극복과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우리당이 계속 생명력을 갖고 발전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당에 남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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