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제국이 될 수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최신호(9, 10월호)에서 “제국은 공식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190여개의 민족국가(nation_state)만 있을 뿐”이라며 “하지만 과거 제국의 유령이 여전히 지구를 배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올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수명을 다한 제국들’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기원전부터 존재해 온 제국이 20세기 이후 쇠퇴했지만 경제적 필요에 의해 제국은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논문 요약.
“제국은 역사를 움직인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존재했던 제국은 단명했다. 오늘날 제국은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즉 오늘날의 세계는 ‘탈제국시대’, ‘탈식민지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
동로마제국이 1,058년간 지속된 것을 비롯해 과거 제국들은 대체로 200~400년 정도 유지됐다. 하지만 20세기에 생겨난 제국의 수명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소련(1922~91)은 70년, 일본제국은 50년 밖에 유지되지 않았다. 아돌프 히틀러의 제3제국(1938~45)은 겨우 12년 만에 끝났다.
이처럼 신흥 제국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들 신흥 제국은 기존 종교와 법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무력을 휘두르며 기존 체제를 붕괴시키려 했다. 독일, 일본 등 신흥 제국의 야만성과 끝없는 영토 확장욕은 영국과 소련, 미국 등 라이벌 제국의 연합을 가져와 멸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제국이 생겨나지 않는 것은 식민지 주민들의 반발이나 라이벌 제국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국내의 압박 때문이다. 군대와 재정의 부족, 지지율 저조 등으로 인해 제국으로 성장할 수 없었던 것이다. 24시간 동안 방송되는 뉴스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제국주의자들이 권력을 남용할 수 없다는 점도 큰 이유로 꼽힌다. 또한 군사기술 발달로 인해 어느 한 나라가 절대적 군사력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발전하면 제국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제국은 경제적 이득을 획득하기 위해 전쟁을 하게 된다. 제국은 공공재를 비롯한 재화를 국민에게 싼 값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교역과 투자를 늘리고, 더 많은 교육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같은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비용이 대다수 미국인이 보기에는 너무 많다. 미국은 새로운 로마제국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권력을 부여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는 과거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로마황제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중국이 자원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려는 것을 보라. 미국 신고립주의자들에게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고립된 채 남아있을지 물어보라.
오늘날 사람들은 제국을 말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권력의 ‘계산’에 의해 제국이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