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집중호우와 현대차 파업, 8월 쌍용차 파업과 기아차 부분파업, 9월 발전노조 파업 가능성, 10월 최장 9일의 추석연휴…’
하반기 경제지표에 충격을 주게 될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호우와 파업, 연휴는 연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가 내리막으로 들어선 상태라서 악재의 파괴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지표의 악화가 심리 악화로 이어질 경우 실제 경기흐름이 급랭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악재, 줄줄이 대기
우선 29일 발표될 ‘7월 산업활동 동향’과 31일의 ‘7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는 ‘쇼크’ 수준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파업으로 산업생산과 출하가 크게 나빠지고, 집중호우로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판매실적도 매우 부진했기 때문이다. 산업생산과 소비재 판매에서 자동차의 비중은 각각 10%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6월(10.9%)의 절반수준(5%대)으로 급락하면서 작년 6월(3.7%)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7월 지표는 일시적 요인이기 때문에 시장이 과민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악재는 10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8월 중순 시작된 쌍용차 파업은 노사간 잠정협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고, 7월 중순부터 시작된 기아차의 부분파업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7월 만큼은 아니어도 8월 경제지표도 자동차 파업의 부정적 효과는 불가피하다. 9월에는 발전노조의 파업이 예고돼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가 진행되고 있지만, 파업이 현실화하면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 판매, 소비 등 전방위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10월에는 최장 9일간의 추석연휴가 대기하고 있다. 작년에는 추석연휴가 9월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0월의 경제지표는 생산과 소비 등에서 악화가 불가피하다. 추석연휴는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분의 1의 생산 감소 효과를 나타낸다.
문제는 심리다
일단 지표는 지표일 뿐이기 때문에 일시적 악재로 인한 지표 악화를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많다. 재경부 관계자는 “파업이나 연휴의 영향은 한시적이기 때문에 실제 경기추세를 보기 위해서는 이런 요인들을 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반기에 건설경기 악화가 실물경기를 위축시켰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재정이 계획대로 집행되면 성장률 견인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문제는 지표 악화가 경제심리를 악화시키고, 심리 악화가 다시 실제 경기흐름을 크게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경기 급랭이냐 조정이냐의 민감한 시기”라면서 “지표가 계속 마이너스로 나오면 경제 주체들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그 정도가 심하면 ‘조정’이 ‘급랭’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표악화가 심리악화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