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에 썩은 내가 번져가고 있다. '바다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이다. 예감이 좋지 않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까지 정권 후반부에 게이트로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게이트는 문화관광부차관이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절하자 청와대의 핵심참모가 "배 째 달라는 이야긴데 배 째 드리지요"라는 말을 전해오면서 자신이 보복경질을 당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시작됐다. 청와대는 이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나서 사태는 진실게임으로 발전하고 있다.
● '도박참여 공화국'만든 참여정부
이를 접하는 심정은 양면적이다. 우선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런 말을 했겠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 실세들의 그동안의 언행을 보면 능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자꾸 후자에 마음이 기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핵심참모가 그런 말을 했느냐는 진실과 상관없이 그간의 언행을 보건대 충분히 그랬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이점에서 '배 째 드리지요' 파문은 진실과 상관없이 노무현 정부가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바다이야기는 더욱 심각하다. 이를 둘러싸고 단순한 정책적 실패라는 여권의 해명과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여권 실세들이 개입한 비리게이트라는 한나라당 등 야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책임부서인 문화관광부와 영상등급심의위원회 간에 낯 뜨거운 책임 떠넘기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높이는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직간접적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고 관련업체와 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밝혀져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확실한 것은 차라리 이번 사태가 비리게이트였으면 오히려 좋겠다는 희망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그리 많지 않은 자랑거리 중의 하나가 최소한 대형비리는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것까지 무너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바다이야기가 비리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최소한 왜 이같이 한심한 일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
바다이야기에 대한 정책들이 말도 되지 않는 한심한 정책들이지만 그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돈에 눈이 먼 몇몇 실세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위안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 되는 몇몇 비리당사자들을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권초기 두고두고 계속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결정의 시스템을 만든다고 있는 폼은 다 잡았던 참여정부의 결과가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사행성게임과 도박을 규제해야 할 국가가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한 채 이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서 온 나라를 도박공화국(현 정부가 좋아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도박참여 공화국')으로 만들지 못해 몸부림을 친 것이 업자들로부터 받아먹은 검은 돈 때문이 아니라면 정말 여간 걱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다른 주요한 정책들도 그렇게 결정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허긴 한미FTA보다 더 큰 도박이 어디 있는가?
● 단순비리보다 정책실패가 더 무섭다
비슷한 것이 론스타게이트이다. 정책결정자들이 론스타로부터 돈을 받고 외환은행의 헐값매각 결정을 했다면 부패관리들만 응징하면 되므로 별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 돈을 받지도 않았는데도 정책결정자들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지 못해 안달, 기준을 마음대로 조작해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었다면 이는 단순 비리보다 수백배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여당은 정책실패가 아니라 단순비리라고 말하고 야당은 거꾸로 단순한 비리가 아니라 정책 실패라고 말해야하는데도 정반대이니 기이하기만 하다. 나는 열심히 기도한다. 제발 바다게이트가 정책 실패가 아니라 단순 비리 사건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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