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이소희 박사… 연구논문 셀誌표지에
흡혈파리에 의해 감염되는 치명적인 아프리카 수면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재미 한인 과학자의 연구로 열리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기초생물의과학연구소 폴 잉글룬드 교수팀의 이소희(29) 박사는 아프리카 수면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지방산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논문의 관련 사진은 저명한 과학저널 셀(Cell) 지의 25일자 표지로 실렸다.
아프리카 수면병은 체체파리와 같은 흡혈파리가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 때 편모충인 트리파노소마가 몸 속으로 들어와 감염되는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앙골라 콩고 수단 등지에서 주로 발병하는 이 수면병으로 연 50만명이 감염되고, 5만명이 숨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감염된 환자는 기생충을 조기에 제거하지 못할 경우 줄곧 잠에 빠져 지내다가 뾰족한 방법 없이 생명을 잃는다.
이번 논문은 흡혈파리가 옮기는 기생충 트리파노소마가 흔히 세포막을 구성하는데 사용되는 지방산을 만들 때 엘론게이즈라는 효소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이소희 박사는 "트리파노소마는 지방산을 만드는데 다른 종과는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 어떤 유기체도 새로운 지방산을 만드는데 일부러 엘론게이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특정 유전자를 조작해 엘론게이즈를 부족하게 만들자 이 기생충은 다른 지방산을 만들지 못했다. 즉 엘론게이즈를 타깃으로 한 약을 개발할 경우 아프리카 수면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박사는 "엘론게이즈를 이용해 지방산을 만드는 트리파노소마와 이와 비슷한 박테리아 효소는 수면병과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좋은 신약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적의 이 박사는 2년 전 별세한 이상선 전 한국교원대 생물학과 교수의 딸로,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텍사스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뒤 존스홉킨스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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