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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헷갈리는 與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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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헷갈리는 與 정체성

입력
2006.08.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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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23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정청 4인 고위간담회에서 사법ㆍ국방개혁 등 시급한 법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사실상 수용할 것을 주문했으나, 우리당은 단칼에 거부했다. 집권당이 대통령의 요청을 묵살한 셈이다.

당청 갈등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들어 특기할만한 대목은 상대를 비판하는 논거다. 우리당은 "사학법 재개정은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쟁점인 '개방형 이사제'를 지키는 것을 당의 존립이유와 연결짓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리는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김근태 의장의 '뉴딜'구상이 "정체성에 안 맞는다"며 면박을 주었다. 앞으론 당청간 이견이 심상치 않은 한미 FTA 협상 문제를 놓고 정체성 논란이 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청와대와 여당을 보통 여권(與圈)이라고 부른다. 이는 당청이 집권세력을 이루는 양 축으로 정치적, 정책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같은 여권의 울타리에서 다른 문제도 아닌 정체성을 이유로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영 이상하다.

이를 두고 혹자는 평소 상호간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하고, 혹자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과 성의가 부족한 탓이라고도 한다. 정확한 배경이 무엇이든, 걸핏하면 근본적 철학의 문제인 정체성을 끄집어내 의견이 다른 사람과 정책을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권의 편 가르기와 매도 습관이 야당을 겨냥한 것도 모자라 이제 내부로 번지고 있다. 우리당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정말 병이다.

정치부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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