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만큼 중국의 기상이 극단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충칭(重慶) 등 서부 내륙에서는 두 달 이상 비가 오지 않아 고생을 했고, 동남부 해안에는 유례없이 많은 태풍과 잦은 폭우로 막심한 피해를 보았다.
중국 정치도 날씨처럼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배우기와 장쩌민 죽이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 중국식 '과거 청산'의 양면
지난달 장쩌민의 외교 업적을 담은 '더 아름다운 세계를 위하여'가 출판된데 이어 이달에는 장쩌민 문선(文選)이 출간됐다. 당ㆍ정ㆍ군이 장쩌민의 사상인 3개 대표론 등을 평가하는 열기로 뜨겁다. 일각에서는 장쩌민의 상하이방(上海幇) 입지가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7일 중국 언론은 공산당 기율위원회가 상하이시 사회보장기금 부당대출사건의 관련자들을 구속하고 사건을 일단락했다고 전했다. 이 수사로 상하이방 좌장인 황쥐(黃菊) 부총리의 부인 위후이민(余慧民)과 절친한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상하이시 사회보장국장 등이 구속됐다. 황 부총리가 치명상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홍콩 언론은 상하이시에 대한 기율위의 수사가 앞으로 6개월 더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수사 연장은 상하이방을 철처히 파헤치겠다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의중을 반영한다. 황쥐 다음에 상하이방의 누가 표적이 될지 모른다.
결국 장쩌민의 정치 기반을 와해하고 장쩌민 시대를 '역사'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살벌한 권력투쟁이 인적 축출 일변도가 아닌 양면성을 띠는 중국식 정치과정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산이다. 문화대혁명을 통해 혹독한 시련을 겪은 덩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공은 7할이고 과는 3할"이라고 평가했다.
덩의 복수는 큰 아들 푸팡(樸方)이 얻어맞아 장애인이 되는 계기를 만든 대자보를 붙인 인사에게 10년형을 선고한 것이 고작이었다. 공과 분리 원칙에 따라 자본가도 포용해야 한다는 3개 대표론 등 장쩌민 시대의 긍정적 유산을 활용하는 정치력도 이런 역사에서 나왔을 것이다.
● 부시ㆍ노무현 정부의 과거 부정
이는 공산당 일당 지배를 위해서 불가피하다. 전임자에 대한 부정은 공산당 독재의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다. 연속과 단절을 두 속성으로 하는 과거 청산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중국적 상황만은 아니다. '클린턴만 아니면 무엇이든 괜찮다'(ABCㆍanything but Clinton)를 모토로 삼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 이래 세계가 이처럼 혼란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개혁과 청산이라는 구호가 난무한 참여정부 시대. 과거와의 차별만이 강조돼 큰 저항이 초래됐다. 하지만 노무현 시대의 과오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이 시기를 깡그리 부정하는 것이다. 똑같은 우를 범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평가가 생략된 비난 대신 성과와 장점도 거론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영섭 베이징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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