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서신을 통해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군 방위비의 절반을 우리측에게 부담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더욱 꼬이게 됐다. 럼스펠드 장관의 서신은 향후 협상에서 한국 분담비율 확대에 관한 미국측 요구의 공식적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럼스펠드 장관의 요구대로라면 주한미군 감축 추세에도 불구하고 협상결과에 따라선 우리측 분담액이 거꾸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4차 접촉을 앞두고 있는 2007년 이후 분담금 협상은 양측의 입장이 더욱 첨예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올 들어 3차에 걸쳐 진행된 협상에서 양측은 그러잖아도 큰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측은 주한미군 감축(2008년말까지 1만2,500명감축)을 들어 우리측 분담금의 감액 내지 동결을 주장했고, 미국측은 경제수준에 걸 맞는 적정 부담을 내세워 증액을 요구했다. 특히 미국측의 증액 요구는 미군에 대한 주둔국 지원금이 75%가 되도록 하라는 미 의회지침과 일본의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비율(75%) 등을 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장 럼스펠드 장관이 50대50이라는 ‘공평한(Equitable)’ 부담을 요구한 것도 우리측 분담비율을 향후 단계적으로 75%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국측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측 분담금((6,804억원)은 전체 주한미군 방위비의 4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돼 2007년 이후 방위비 분담비율을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릴 경우 지금보다 10~20% 정도의 분담액 증액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자체 사정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우리쪽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의 서신 하나로 우리측이 곧바로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다. 한미 동맹관계의 미래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전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미국쪽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상황은 피해야 하는 반면, 반대편에 서 있는 국민여론 또한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내달 하순 열릴 예정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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