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9ㆍ11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나.
“아니다. 국제교역과 세계화는 거의 영향 받지 않았다. ‘거인’ 중국의 출현은 경제ㆍ외교ㆍ군사적 복잡성을 가속화할 것이다. 10년 전 국제정치가 안고 있던 급소는 그대로 남아있다. 중국과 대만,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여전하다. 중동도 변화보다는 연속선상에 있다. 알 카에다는 이란의 패권 야욕을 증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걸프만 원유에 대한 의존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의 독재권력은 과거와 똑같다”
_9ㆍ11은 알 카에다의 승리였나.
“일부분에서만 그렇다. 9ㆍ11은 극적인 테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다. 알 카에다는 근거지를 잃었고,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났다. 미국의 군사공격이 조직을 와해시켰다. 알 카에다의 일부 공작원들은 미국의 분노를 유발한 데 대해 오사마 빈 라덴에게 유감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알 카에다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_자생적 테러공격이 9ㆍ11 같은 테러를 대신하고 있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발리에서 마드리드, 런던에 이르는 포스트 9ㆍ11 테러는 알 카에다를 흉내낸, 그러나 알 카에다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생적 테러단체의 소행이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알 카에다의 테러 기술을 배웠지만 기껏해야 폭탄을 기차에 옮겨오는 수준이었다. 알 카에다의 핵심은 심리적ㆍ정치적 파괴력이지만 지금은 9ㆍ11과 같은 테러를 다시 성사시키기는 대단히 어렵다. 5년 전 미국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의 테러에 당했지만 두 번 당할 만큼 미국과 세계는 허술하지 않다”
_9ㆍ11은 문명 충돌이었나.
“아니다. 무슬림들이 자신들과 생활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구를 증오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9ㆍ11테러에도 불구하고 이는 마찬가지다. 무슬림의 90%는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부형태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조사는 터키, 모로코 등 이슬람 국민의 50%가 미국으로 이민가면 삶이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다만 이들은 동성애 등 성적 문제의 기준이 미국, 유럽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차이점이 무슬림을 폭력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9ㆍ11은 문명충돌이 아니라 정책충돌이었다. 빈 라덴은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 등 이슬람 성지 3곳을 미군(지금은 철수했음)과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데 분노했다. 이라크전 이전 무슬림들은 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가장 혐오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_테러와의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는가.
“계획은 그렇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모호하게 정의했다. 그래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부시는 ‘전쟁 대통령’이라는 특권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전쟁 상대인 무장단체와 분쟁지를 확대하고 있다. 알 카에다와 지하드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파지크, 하자라 등도 포함시켰다. 시리아 바트당과 이란의 시아파 정권도 전복하려고 한다. 심지어 북한 정권도 타도해야 할 정권에 포함시켰다. 이것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면 이 전쟁은 수십년이 걸린다. 하지만 미국민들은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내에서 대규모 테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면 미 행정부에 전쟁을 멈추라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9·11은 문명 충돌이었나
“아니다. 미국 외교정책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9ㆍ11은 미 정치 엘리트들이 정책을 더 공격적으로 추구하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부시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을 붕괴시키려 했다. 9ㆍ11이 일어나지 않았어도 미국은 이라크에 제한된 폭격을 하거나 쿠데타 등을 일으켰을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인도네시아 요르단 모로코 파키스탄 등은 여전히 미국의 동맹국으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변함없다. 이란과 시리아는 9ㆍ11 전에도 적성국이었다. 9ㆍ11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우방은 여전히 우방이고, 적국은 여전히 적국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이다. 9ㆍ11 이후 부시 행정부는 이들 나라의 패배자들을 승리자로 바꿔 놓았다. 하지만 내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_다음 9ㆍ11 테러는 더 참혹할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알 카에다의 노력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2003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요원이 탈레반과 알 카에다 근거지에서 ‘작은 상자’를 찾아냈다. 핵무기로 보였던 이 상자는 가짜로 판명됐다. 가짜 핵무기를 속아서 산 것이었다.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알 카에다는 뉴욕 지하철에 독가스를 살포할 계획을 세웠지만, 12명의 희생자를 낸 1995년 옴 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가스 테??보고 취소했다. 알 카에다는 수천명의 테러 희생자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테러 위협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기술 발달로 소규모 집단이 엄청난 테러를 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유석기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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