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 이례적인 긍정론을 펴고 나서 배경과 의도에 관한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6일 담화를 통해 “지난해 합의한 9ㆍ19 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하고 싶은 것은 우리”라며 “다만 미국이 회담에 나갈 수 없게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장애”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제재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으며 북미 양자대화가 우선이라는 게 북한의 기본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담화가 6자회담 교착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의도 외에, 6자회담에 대한 유연한 자세변화를 뜻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비핵화와 평화공존을 골자로 한 지난해 9ㆍ19 공동성명이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라고 언급한 것도 처음이다.
외무성은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금융제재 확대를 통한 압력 도수를 높이는 조건에서 우리는 자기 사상과 제도, 자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는 강경 입장도 아울러 덧붙였다. 대응조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정부 관계자는 “발언 수위가 지난달 5일 미사일 발사 이후 나온 외무성 담화 보다 낮아 핵실험을 염두에 둔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또 동남아시아ㆍ몽골ㆍ러시아 등에 대한 최근 미국의 북한계좌 추적 및 금융거래 중단요청에 대해 “우리의 대외경제 거래를 차단해보려는데 목적을 둔 것으로 대화 상대방의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하는 날강도적 행위”라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제재 속에서 살아왔고 미국과 아무런 경제관계도 가지고 있는 것이 없으므로 제 아무리 금융패권을 휘둘러도 끄떡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새삼스러운 비난은 거꾸로 위기의식을 내보인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외무성은 미국이 혐의를 두고있는 돈세탁 및 위폐 제조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금융분야에서 화폐위조와 돈세척(돈세탁)과 같은 불법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게 마련돼 있다”며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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