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FTA 찬반 논쟁도 다양한 경제이론이 총출동 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류 경제학계는 FTA반대론자들을 ‘종속이론’ 신봉자로 비판하면서 전통적 자유무역 이론인 ‘비교우위론’이나 ‘헥셔ㆍ올린 정리’(theorem of Hecksher-Ohlinㆍ노동과 자본의 부존량이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는 주장) 등을 찬성의 이론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비교우위론은 어떤 나라도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이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에 전문화해서 무역을 하는 것은 상호이익이라는 것. 이들은 FTA가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걱정은 절대우위론에 입각한 우려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이들은 종속이론의 잣대로 FTA를 설명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80년대 초중반에 유행한 종속이론은 선진국에 종속된 제3세계 경제는 경제적 정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최근 청와대브리핑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80%가 넘지만 이들 국가가 미국에 예속되고 있다는 논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FTA반대쪽은 “종속이론에 입각에 FTA를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오히려 찬성 쪽이 19세기 비교우위론을 맹신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고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영국=섬유, 포르투갈=포도주’라는 비교우위론의 사례도 정치군사적인 역학관계의 결과라는 것.
또 21세기 세계경제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절대우위만 있으면 모든 것을 생산하려는 구조라는 반박이다. 이들은 ‘전략적 무역정책이론’을 인용하며, 첨단산업이나 서비스업과 같은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은 생산이 증대될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학습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제지리학’의 관점으로 봐도 한번 표준이 선점되면 유리한 게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중국과의 FTA를 통해 지역시장에서의 표준선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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