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필요성 제기에 대해 “국민투표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회 한미FTA특위 소속 의원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국민투표를 검토해 달라”고 주문하자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국의 압력은 없었다”며 “미국이 선택한 것이며, 나는 우리가 미국을 끌어들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FTA 추진이 주체적인 결정이었음을 부각시키려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압력이란 말은 하지 말자. 미국도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눈치를 안 볼 수 없었고, 중국은 중원의 중심인데도 노골적으로 미국에 노(NO)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걸 현실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굴복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신중식 의원이 “FTA 추진에 대해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은 심상정 의원과 다소 격한 설전도 벌였다. 심 의원이 “대통령 말씀을 들으니 종교적 낙관론처럼 들린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그건 인신공격 아니냐”며 화를 냈다. 심 의원이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고 하자 노 대통령은 “다 설득하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많은 개방을 했지만 우리는 모두 이겨냈다”며 “한국 사람의 손은 신의 손이라는 말도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FTA 공청회가 무산되는 일이 많았는데, 좀 진지하게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불참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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