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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태국 탈북자 사건이 던지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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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태국 탈북자 사건이 던지는 과제

입력
2006.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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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태국의 수도 방콕 주택단지에 은신 중이던 탈북자 175명이 태국 경찰에 체포되어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됐다. 이들 중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가 발급한 여행증명서를 갖고 있던 16명과 15세 미만 아동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136명은 24일 태국 법정에서 불법 입국죄로 1인당 6,000바트(미화 150달러 상당)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탈북자 한국행 루트 봉쇄 가능성

UNHCR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은 16명은 이미 한국 입국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우선적으로 한국 행 항공기 탑승이 결정됐다. 나머지도 자신들의 희망을 반영하여 한국 행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태국 경찰의 탈북자 175명 체포와 이들의 처리과정은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고 정착 희망국가로 무사히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향후 탈북자 문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먼저, 재외 탈북자들의 한국 행 루트가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탈북자들은 대부분 중국에 체류하고 있으나, 이들이 한국 행이나 제3국 행을 희망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중국 내 재외공관에 진입하거나, 인근 국가로 넘어가는 것이다.

태국 경찰에 체포된 175명도 중국 남방지역을 통과하여 동남아 국가로 내려와 현지 종교단체의 지원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태국은 현재까지 탈북자의 한국 행에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탈북자와 지원 활동가들이 태국을 안전한 한국 행 경유 국가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단독 주택에 대규모로 은신하고 있던 탈북자를 조직적으로 체포한 사건은 태국 정부의 인식 전환을 의미할 수 있다. 지난해 태국을 경유한 탈북자는 100명 미만에 불과하지만, 금년 들어 그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였기 때문에 태국 정부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004년 486명의 대규모 탈북자를 일시에 한국으로 보낸 베트남 정부가 이후 탈북 경로로 이용되는 것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태국 정부의 향후 태도가 염려된다. 탈북자 지원 활동가들은 베트남에 이어서 태국까지 봉쇄될 경우 인근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동남아 지역이 모두 차단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재외 탈북자에 대한 현지 임시보호조치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재외 탈북자의 한국 행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으나, 한국정부와 체류국가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재 한국정부는 재외 탈북자가 한국 행을 위하여 임시보호조치가 가능한 지역에 접근했을 경우에 한해서 임시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체류국가의 합법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재외공관 내에 보호하거나 인근의 종교단체나 한국 교민들에게 위탁하고 있다. 현지 임시보호시설의 운영과 관리가 특정 종교단체나 민간인에게 위임되면서 시설 내 탈북자의 관리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특수한 상황을 앞세워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2004년 베트남에서 한국 대사관의 위탁으로 486명의 탈북자를 임시 보호했던 현지 한국 교민들은 강제 추방을 당하여 재산상의 피해를 받았던 사례가 있다. 현지 임시보호시설 운영자들은 대부분 종교단체나 자원 봉사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신분과 재산에 대한 보호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지 임시보호 안전성도 확보해야

재외 탈북자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은 탈북자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한국정부의 당면한 과제는 탈북자의 한국 행 경로를 확보하고 현지 임시보호시설과 관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UNHCR이 임시보호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여상ㆍ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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