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용 상품권 지정 과정을 둘러싼 ‘검은 고리’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19개 경품용 상품권 지정업체 대표들과 상품권 지정 업무를 주관하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을 25일 전격 출국금지하고 본격 소환 수순에 들어갔다.
이번 출국금지는 게임산업개발원이 지난해 7월 이후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한 19개사 대표들에 대한 조사가 이번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데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4일 수사진 230명을 동원해 19개 업체 모두를 샅샅이 뒤진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다음주부터 업체 최고 책임자를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출금자 가운데 최우선 소환 대상자로는 청와대 행정관의 차명지분 보유 의혹이 제기된 코윈솔루션의 최춘자(여) 대표와 업체 선정과정에서 의혹이 일고 있는 안다미로의 김용환 대표, 삼미건설 박원양 회장 등이 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미 상품권 발행업체의 불법 행위를 상당 부분 포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4일 법원에 청구한 19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해당 업체들이 브로커 이모씨를 통해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혐의가 적시돼 있다.
검찰은 “아직 조사로 확인된 것은 아니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기 위해 혐의의 ‘개연성’을 밝힌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장에 브로커의 이름을 실명으로 적은 데다 회계서류 조작 및 가맹점 실적 부풀리기 등의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비리의 전모를 명확히 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검찰청이 상품권 비리 의혹을 정리해 지난해 말 서울동부지검에 내려보냈던 첩보를 다시 꺼내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19개 업체 중 상당수가 수억원씩 금품을 모아 브로커 A씨에게 줬으며, 이 업체들은 모두 발행업체로 선정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첩보를 바탕으로 내사를 벌인 서울동부지검은 마지막까지 브로커의 존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이 100명에 육박하는 매머드 수사팀을 운용 중이어서 거물브로커의 존재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정ㆍ관계 로비의 실체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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