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대권 도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 전 총리는 자신이 주도하는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가 28일 출범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적 행보에 나선다. 그동안 정중동(靜中動)의 신중한 처신을 해온 것과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고 전 총리측이 25일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 희망연대 발기인 106명의 명단을 발표한 것은 그간의 ‘소 걸음’전략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희망연대는 고 전 총리를 비롯해 김수규 전 서울YMCA 회장과 양현수 충남대 총장,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 이종훈 전 경실련 대표 등 5명을 공동대표로 결정한 데 이어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기인 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희망연대측은 “정치 결사체가 아니라 정치 소비자운동을 위한 모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 전 총리가 사실상 내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또 정치권 밖에서만 머물러온 고 전 총리가 희망연대 출범을 계기로 언제 어떤 형식으로 정치권에 몸을 던질 지도 관심 거리이다.
발기인에는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했으나 정치인은 일단 배제됐다. 희망연대 관계자는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의 연대와 통합이라는 출범 취지에 맞춰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발기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학계에선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정세현 전 장관, 고장곤 전 제주대총장, 권동일 서울대 교수 등 35명이 참여했다. 경제계에선 박병엽 팬택 부회장, 정희자 전 여성벤처협회 회장 등 23명이 참여했고, 문화계에선 소설가 박범신, 연극인 박정자씨, 탤런트 강석우, 김성환씨 등 15명이 동참했다.
고 전 총리측은 “희망연대는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적 의미를 굳이 축소함으로써 정계개편 움직임 등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 전 총리가 닻을 올렸지만 현재로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우선 발기인 명단에 참신하면서도 중량감 을 갖춘 인물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 또 지방선거를 전후해 ‘행동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최근 추동력이 약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건 발 정계개편’을 주도하려면 결국 고 전 총리가 범여권 통합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주변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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