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귀가 아프도록 듣는 얘기가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에 관한 것이다. 기술이나 품질 면에선 아직 한국과 차이 나지만 머지않아 대등해지거나 추월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과연 한국경제가 온전히 지탱해나갈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중국의 역동성과 우리나라의 침체를 보고는 보통 사람들은 “가슴이 답답하다”고 표현하고, 비즈니스 차 자주 중국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중국의 추격에 “숨이 막힌다”고 하는 등 중국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표현만 다를 뿐 충격은 공통적이다.
■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의 해외세미나에 참석, 중국 서부와 남부지역의 개발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서부 대개발 중심지역의 하나인 충칭(重慶), 세계 최대의 싼샤댐과 양쯔강 주변지역, 상하이 신개발도시 푸동(浦東)지구,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구로 개발중인 양산(洋山)항 등을 둘러보면서 중국의 심장과 맥박이 힘차게 뛰는 현장의 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이들 지역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갖가지 ‘공정(工程)’이란 이름이 붙여진 거대한 개발사업들이 동시다발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 전문가들은 지금의 중국을 ‘달리는 코끼리’로 비유한다. 개혁ㆍ개방을 기치로 내건 이후 20여년간 초고속 성장을 거듭,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어울리는 비유다.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한때 싱가포르 대만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렸지만 더 이상 용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3마리의 용은 화교경제권으로 중국이란 거대한 용트림과 함께 움직이지만 우리나라는 열외다. 활력을 잃은 한국을 언제 코끼리 발에 밟힐 지 모르는 생쥐로 비유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 중국은 우리나라 무역의 40%, 무역흑자의 90%, 해외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의 최대 경제 파트너다. 그 동안 아시아의 성장이 일본→아시아 4용→동남아 순의 기러기형이었다면 중국의 성장은 붕새형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세계의 자본 상품 자원의 블랙홀로 지목되는 중국을, 날개를 펴면 하늘을 뒤덮고 한번에 9만리를 난다는 전설의 새에 비유한 것인데 결코 과장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달려오는 코끼리를 피할 것인가, 우물쭈물 하다 깔릴 것인가, 코끼리 등에 올라타 함께 질주할 것인가. 한국은 지금 운명의 기로에 놓여 있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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