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슈테판 엮음ㆍ이영아 옮김 / 예담 발행ㆍ3만원
해석을 잘못하거나 이미지 조작의 가능성이 있기는 해도, 역사를 증명하는데 사진처럼 유용한 수단은 없다. 글은 쉽게 의심을 받지만, 사진은 그 객관성에 대한 믿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사진’은,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목격한 역사의 현장이다. 매개는 사진 85장. 사진마다 사건의 배경과 당시의 정치ㆍ역사ㆍ문화적 해석을 곁들였다. 너무나 유명한 사진들이라, 대부분 우리가 보아온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동력 비행을 선보인 라이트 형제(1909), 소비에트 혁명의 발단이 된 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 습격(1917), 미국의 대공황(1929), 스페인 내전에서 총에 맞은 한 병사의 죽음(1936), 일본의 진주만 공습(1941), 히로시마 원폭 투하(1945), 한국전쟁(1951), 독립을 축하하며 춤추고 노래하는 모리타니 국민(1960), 베트콩에 협조한 관리를 거리에서 총살하는 베트남 경찰국장(1968), 프라하의 봄(1968), 우주복을 입고 달에 조심스럽게 서 있는 닐 암스트롱(1969), 미군의 네이팜탄 투하에 벌거벗은 채 울부짖는 베트남 소녀(1972), 독재 정권에 납치된 자녀를 찾겠다는 아르헨티나 ‘5월 광장 어머니ㆍ할머니회’의 가두 행진(1979),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1986),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봉기(1987), 베를린 장벽의 붕괴(1989), 르완다 투치족 대학살(1994), 세르비아군에 의해 쫓겨나는 보스니아의 이슬람교도(1995), 천으로 얼굴을 가린 멕시코 사파티스타(1996)…. 때로는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하고, 때로는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던 역사의 순간들이다.
지하철 환기구에서 요염한 자태로 치마를 휘날리는 마릴린 몬로(1954)나 신념에 찬 얼굴로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체 게바라(1960), 젊음의 문화를 바꾼 더벅머리 비틀스(1963), 링에 쓰러진 소니 리스턴을 향해 일어나라고 큰 소리치는 무하마드 알리(1965), 27년의 구금에서 풀려난 뒤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드는 넬슨 만델라(1990) 등 시대를 풍미한 역사적 인물도 만날 수 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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