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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음식의 심리학' 식탁 위 음식투정=자유를 위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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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음식의 심리학' 식탁 위 음식투정=자유를 위한 투쟁

입력
2006.08.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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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언 래퍼포트 지음ㆍ김용환 옮김 / 인북스 발행ㆍ9,500원

음식을 두고 아이와 엄마가 벌이는 TV 광고 속 실랑이는 맛(쾌락)과 영양(건강)이라는 화해하기 힘든 두 가치의 맞섬이다. 그 장면은 시청자로 하여금 유년의 기억을 떠올려 아이에게 자신을 투사하게도 하고, 유년의 아이를 둔 현재의 일상을 오버랩시켜 엄마의 마음에 다가서게도 만든다.

물론 광고는 더 큰 소비권력자인 엄마의 승리로 끝을 맺고 가족의 환한 웃음으로 그 승리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아이가 그 실랑이를 통해 개인적 기호라는 자율성을 향한 힘겹고 중요한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자 리언 래퍼포트는 이 책에서 “철학적 관점에서 식탁은 어린이들이 실존적 자유를 쟁취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소”라고 말한다.

우리는 매일 점심 메뉴를 고르기 위해 어떤 변수를 고려할까. 우선 시간과 돈, 그리고 여러 공ㆍ사적인 여건들이 있다. 또 위장(허기의 정도)과 입(맛의 취향)이 그 선택에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개입할 것이다. 우리는 이 복잡한 선택의 과정을 대개는 ‘무심결에’ 수행하며 살지만, 래퍼포드는 “(그 과정에) 우리의 정체성과 세계의 가치관, 문화, 심지어 종교까지 반영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19세기 프랑스 문화비평가 브리야사바랭의 “음식은 곧 당신”이라는 말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식욕이 단지 몸의 욕구가 아니라 “맛의 형태로 우리 개개인을 충동하는 심리적 욕구”이며, 이 욕구는 모체의 양수를 마시는 태아기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지문처럼 고유하게 개인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또 식욕에는 음식에 대한 사회(민족 종교 등)의 규범이 깊이 개입하며, 그럼으로써 음식은 집단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ㆍ발전시킨다.

타문화의 낯선 음식에 대해 느끼는 원초적 혐오감, 혹은 그 음식을 마음으로는 수용하더라도 몸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경험한다. 사회의 규범이 내면화한 것이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고 한 것은, 우리가 식사를 하며 “음식 뿐 아니라 거기에 담긴 관념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우리의 육체를 키운다. 따라서 음식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는 몸의 가치관이 반영된다. 비만과 다이어트, 거식증 등의 뿌리와 그에 대한 태도 등이 모두 관련되는 문제다. 저자는 날씬한 몸매를 향한 현대인의 추구가 단지 패션의 부추김 탓이 아니라 현대와 결합된 근본적 가치관의 작용이라고 지적한다. 현대가 노동집약적인 전(前)사회에서 육중한 몸이 지녔던 생존적 가치를 조롱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건축 슬로건과 겹치는 이 주장을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의 표현을 빌려 “인간 육체의 사용가치가 떨어진 반면 교환가치는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고 적었다.

미래의 음식문화와 관련, 그는 식사 장애나 음식에 대한 물신적 노이로제가 증가하고, 계층적 분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음식을 통해 보더라도 미래의 세상은 기대처럼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저자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가령 나치의 군대가 공격성을 고양하기 위해 핏빛 소시지와 검은 빵을 먹었다는 등의 사례들을 풍성히 소개하며 흥미진진하게 자신의 논지를 이끈다. 음식과 성의 관계를 말하며 “개인의 식사 스타일이 섹스 스타일과 일치”한다는 식의 긴가민가한 이야기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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