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건설교통부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가 6월 김포공항에 접근하던 아시아나항공기가 우박을 맞아 기체가 부서진 사고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기자실로 팩스 한 장이 들어왔다. ‘조종사 포상 그대로’라는 글자를 보고 기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위원회는 “당시 경기 안성시 일죽면 상공에서 우박으로 조종실 방풍창과 레이돔(레이더가 설치된 기체 앞부분)이 파손된 아시아나항공기는 우박 구름 2개를 완전히 돌아가지 않고 그 사이로 진입해 사고를 당했으며, 비구름 속에서 적정 속도인 270노트보다 빠른 320노트로 진행하는 등 부적절한 비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가 규칙을 지켰다면 200명이 넘는 승객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조종사 과실’ 결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상식 밖의 조치를 했다. 항공사는 “원인이야 어찌 됐든 악조건 속에서도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 시켰고, 우박을 맞은 것도 결과론적인 것이어서 조종사의 과실은 없다”며 예정대로 포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러한 대응은 건교부를 참으로 황당하게 했다. 상을 주고 안주고는 민간기업인 항공사 마음이지만 조종사의 과실이 정부조사 결과로 드러났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조종사에게 박수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비록 조종사의 기민한 대처로 인명피해 없이 가볍게 지나갔지만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포상은커녕 무리한 운행을 한 조종사와 그를 고용한 항공사는 엄정한 책임추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에 박수를 치는 ‘이상한 사회’의 단면을 또 다시 목격한 것 같아 씁쓸했다.
사회부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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